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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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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지희
댓글 0건 조회 5,441회 작성일 19-08-0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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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채사장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지금은 유명한 책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과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를 듣게 되면서였다. 4명의 패널이 매주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다루는 주제들의 범위가 넓고 (팟캐스트 이름에서는 얕은 지식이라고 했지만) 상당히 깊게 다루어서 종종 들었었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채사장이 “열한 계단”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구독자를 대상으로 북 콘서트 초대장을 보내주는데 그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북 콘서트에서 당부했던 사항은 사전에 책을 미리 읽어오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때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콘서트를 다녀왔다. 그리고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채사장 본인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계단’을 오르는 것에 비유하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작품이나 사건을 명료하게 다룬 책이었다.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묘사하는 상황은 어떨까? 작가는 그걸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라고 했지만 나는 오르막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한 계단 오르면 ‘아 내가 올라섰구나’ 생각했던 작가와는 다르게 나는 지나고 보니 그 사건이 날 성장하게 만들었고, 그랬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오르던 과거의 내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느끼게 되는 타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성장하게 했던 특별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처럼 열한 계단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성장시킨 시간은 있다. 바로 휴학했을 때이다.

대학교 시절 취업이 마냥 두렵기도 하고 아직 나는 준비가 안되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막상 휴학할 때는 거창하고 큰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달성률이 크게 높지는 않다. 나는 자격증도 따고 영어공부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여러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 달성한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휴학하면서 얻은 것은 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는 일. 그때까지는 살아오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휴학한 이후로 하루 한 시간씩 걸었다. 건강이 목적이긴 했지만 걸으면서 하는 생각들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 보낸 하루는 어땠지? 내일은 어떻게 보내지? 이런 생산적인 생각뿐만이 아니고 가끔은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 1년 동안 꾸준하게 쌓여가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잘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내내 말한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책을 읽으라고. 보통 사람들은 책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익숙한 책과 불편한 책 중에 자신에게 익숙한 책을 고른다고 한다. 하지만 기왕이면 작가는 후자를 고르라고 이야기한다. 전자는 전문 지식을 쌓는데 유용하지만 후자를 고르게 되면 이는 사고의 편협함을 깨주는 아주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서점에 가서 책을 볼 때 혹은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고를 때 (무의식중에 혹은 의식적으로) 지금의 내가 읽기 쉬운 책들만을 골라왔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는 나를 불편하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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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은 설렌다.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다. 이제 기존의 세계는 해체될 것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 더 높은 단계에서 나의 세계가 재구성될 것이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불편함을 권한다.”



“첫 번째 사람은 자기에게 익숙한 책을 선택한다. 하나의 책을 읽고 지식을 쌓으면, 다음에는 지식을 더 깊게 하기 위해 비슷한 분야의 책을 다시 선택한다. 하나의 분야에서 그의 지식은 깊어지고,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간다. 이 사람은 우물을 파는 영혼을 가졌다.

두 번째 사람은 자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선택한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지혜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면, 다음에는 앞선 책에서 얻은 세계관을 뒤흔드는 책을 선택한다. 그에게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강인함이 있다. 또 기존에 움켜쥐었던 세계를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도 지니고 있다. 세계의 지평은 점차 넓어진다. 이 사람은 여행하는 영혼을 가졌다.

당신은 어떤 영혼을 소유했는가? 당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깊은 지식의 심연인가, 아니면 광활한 지혜의 대지인가? 정답은 없다. 그 무엇을 선택해도 괜찮다. 어떤 길도 당신의 영혼을 성장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이 여행하는 영혼을 가졌으면 좋겠다.”


- 열한 계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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