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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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밥먹지 마라 > - 키이스 페라지
- 이 승 환 -
혼밥 동아리
“형, 저희 단톡방 좀 파주시면 안 될까요? 아무래도 형이 동아리에서 제일 선배이기도 하고, 나이도 많으니까 힘 좀 써주세요.”
주말에 아주대학교 남자 기숙사 앞 학생식당을 가면 혼자 식사하는 사람(혼밥러)이 참 많다. 나도 그런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신기한 게 주중에는 같은 동아리라서 같이 밥 먹자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연락을 끊고 혼자서 밥을 먹는데, 주말에는 같은 동아리이지만 밥은 따로 먹는 게 참 이상했다. 그런 학생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면 멋쩍은 미소를 애써 지으며 서로의 시선을 피한다.
그때마다 동아리에서 나름 힘깨나 쓰던 이승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왜 혼자 밥 먹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바로 앞에 식판을 놓았다. 그걸 유심히 보던 혼밥러 한 명이 혼자 밥 먹기 외롭다고 동아리 회식에서 술기운을 빌어 간곡히 부탁하길래 선배로서 도저히 그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동아리 속의 부속 동아리인 혼밥 동아리가 탄생했다. 혼밥 동아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본가(本家)로 돌아가지 못해 쓸쓸히 밥 먹는 학생들끼리 모여 같이 식사하자는 취지로 같은 식탁에 앉았다. 바빠서 피치 못 해 혼자 밥 먹는 상황이 아니면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여 언제나 자유롭게 같이 밥을 먹었고, 자연스레 서로의 기쁨을 나누고 고민을 덜었다. 정말 우습게도 나를 비롯한 혼밥 동아리 창립멤버 모두는 진로를 대학원 진학으로 결정했다.
왜 혼자 식사하세요?
혼밥.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퍼지기 시작한 신조어이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 혹은 그런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때에 따라 혼밥에 이어 혼술(혼자 먹는 술),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혼자 무언가는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기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이다. 언론에서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렇게 혼밥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는, 출산율이 저하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해체됐고,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해서 혼자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스럽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느끼는 나름의 활력소가 쏠쏠한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집단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서 그렇다고 한다. 집단생활과 조직에 대한 규칙 등에 얽매이기보다 홀로 생활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다. 마지막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혼밥을 한다는, 앞서 제시된 두 가지 이유와 비교하면 불편한 현실이 섞여 있다. 전대미문의 청년 실업률과 경기가 침체하며 삶이 힘들어졌다. 그로 인해 부양할 가족이 있는 삶보다는 1인 가구로서 혼자 살아가는 게 그나마 넉넉해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참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혼자 식사하시면 안 돼요.
혼밥하는 사회적 배경이 어떻게 되었든, 혼자 밥 먹는 학생을 모아 재미있는 커뮤니티를 구성했던 경험 때문인지 책의 제목이 더욱 각별하게 느꼈다. 책의 내용은 혼자 밥 먹는 행위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요즈음 살아갈수록 사람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 속에서 협력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린다.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탄광촌에서 일하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다. 육체노동자에 학력도 낮지만,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높았던 저자의 아버지는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실로 무작정 들어가서 아들이 그 동네 상류층 자제가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사장은 그 사립학교의 재단 이사였고, 열정에 감복한 사장이 저자가 사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결과 저자의 인생은 유전자를 뛰어넘는다. 사립학교 졸업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웨스틴, 르 메르디앙 등의 호텔을 거느린 스타우드 그룹에 최연소 사장이 되는 등 탄탄대로의 출세 가도를 달린다. 물론 이후 여러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묶어 인간관계와 네트워킹에 대한 방법과 노하우를 묶어 이 책에 정리했다.
컨설턴트로 보이는 저자의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많이 상대하고 관리해야 하므로 무식하게 저자의 인간관계를 따라 해 보려다가는 상실감만 더 커질 것 같다. 대신 그 방법론 차원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지침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요점을 정리하면 꽤 간단한 프로세스로 압축할 수 있는데, 기한과 정확한 세부 내용이 포함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되는데, 이때 참여하고 있는 네트워크에 이바지하고 동시에 개인의 목표도 성취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과정이지만 각각의 방법론에는 구체적인 예시가 어우러져 있는데, 그중 하나만 소개하면, 혼자 밥 먹지 말고 끊임없이 누구와 연결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관찰력을 키운 뒤 상대방의 관심을 파악하고 그 뒤에는 상대방에게 공을 들이라고 한다.
오늘은 누구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면도를 하는 둥 마는 둥 거무스름한 수염이 삐죽거리는 턱, 감긴 것인지 뜨인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쯤 잠에 빠진 눈을 하고도 출근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하루 24시간 중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낙이란 무엇인가? 회식의 이름을 빌려 가정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회식이 그 첫 번째 즐거움일 것이고 가족보다 오랫동안 보는 동료들과 같이 먹는 매일매일의 점심 식사가 그 두 번째 즐거움일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식탁 앞에서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그 음식 너머에 앉아있는 사람이 너무 끔찍해서 제발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눈을 질끈 감고 나름의 신을 찾아 기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허름한 식당에서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열과 성을 내며 떠들다 보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달콤하고 짜릿한 맛을 느끼고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누구랑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번에는 내가 샀으니까 오늘 저 사람하고 먹으면 적어도 밥값은 굳을 거야.” 등의 야비한 생각부터 “쟤는 오늘 점심에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다고 했으니까, 혼자 처량하게 밥 먹느니 빨리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지” 등의 몸부림을 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할 시간을 좀 더 건설적으로 전환해서 좋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첨언(添言)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길을 가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부모, 형제, 친구, 스승, 동료, 선후배, 상사 등 각자가 어떻게든 인격을 형성시켜준 존재이다. 나의 인간관계를 산에 비유하면 어떤 상태인가. 꽃과 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져 다채로운 즐거움이 있는가, 혹은 바람이 머물 곳 없이 쓸쓸하고 텅 비어있는 공터인가? 외롭다면 어서 따뜻한 식사로 관계를 복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 밥 먹지 말고 나의 인생을 알록달록하게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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