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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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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5,161회 작성일 19-08-0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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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다가 10대들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궁금한게 생기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먼저 들어가서 검색한다"


유튜브가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교회 꼬마아이들이나 조카들의 모습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서 얻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검색엔진이 동영상을 배급하는 유튜브보다 정보 검색량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는 받아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간단히 조사를 해보면서 유튜브가 얼마나 10대들에게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2017년 11월 기준으로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단연 유튜브로, 2만 3천여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 의하면 연간 총 129백만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사용하며, 이는 1인 기준 일 평균 1시간 이상을 유튜브에 사용하는 수치이다. 사용량 2위인 카카오톡에 비교해 3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가 10대들의 흥미를 당기고 빈번하고 오랫동안 사용되는 것은 분명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색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우리는 검색을 위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는 우리가 검색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하고, 검색 알고리즘 또한 불편하기 때문이다. 10대들이 유튜브를 검색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유튜브에 그들이 찾고자하는 정보에 대한 콘텐츠가 충분히 있고, 또 이를 찾고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정보를 담은 영상매체는 부족하고 유용한 정보는 모두 책에 담겨있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일까? 수많은 영상의 바다 속, 아이들이 영상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배움을 쌓아가는 동안, 책은 방구석에 던저져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 당연히 배움의 방식또한 바뀌는 것이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1) 영상매체를 통해 얻는 지식이 얼마나 정확한지 검증이 어렵고, 2) 영상매체의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간단 명료한 정보를 위주로 담고 있으며, 3) 무엇보다도 영상을 통해 얻는 정보가 영상을 보는 사용자 자신의 온전한 지식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염려가되는 것은 3번이다. 세상 그 어떤 것도 공짜로 얻을 수 없다. 깊이 있는 정보를 얻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심도있는 공부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가 없을 경우 그저 유튜브 영상의 흐름과 속도에 따라 그 정보를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학습자세를 가지게 만든다.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영상에 담긴 내용을 비판 없이 수용하기 쉬우며, 다양한 CG 처리가 된 영상이라면 더더욱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기술의 발전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싶다. 마치 증기기관과 컨베이어 벨트가 발명되면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손기술과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를 잊어버린 것처럼, 정보량이 오버플로우 (overflow)되는 정보화 시대에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소수의 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는 무서운 상상이 들기도 한다. 정치, 철학, 종교, 사상, 경제 등에 관심 없이 매채와 영상을 통해 얻은 지식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그저 자신의 삶의 행복과 향락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그리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나다니엘 호손의 대지의 번제에 나오는 황야의 소각장의 이야기에도 이러한 상황을 묘사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인류발전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기 위해 황야 한가운데 거대한 소각장을 만들고, 소각장을 통해 구닥다리로 여겨지던 모든 제도와 문화를 태워버리기 시작한다. 인류발전을 위해 장애물들을 제거한다는 초기의 순수한 취지와는 달리 사람들은 점점 인류발전과 상관 없이 불편하고 고통을 주는 것들을 태우기 시작하였고, 끝내 정치체제와 경제, 그리고 세상의 모든 책이 태워지는 순간에 도래한다. 사람의 생각을 정형화된 형태에 가두고 자연상태 그대로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는 명목하에 인간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을 태워버리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인생을 즐기고자하는 소설 속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에 관심 없이 그저 인생을 즐기는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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