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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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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원
댓글 0건 조회 5,172회 작성일 19-08-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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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우주개발이 진행되어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게 된 상황을 가정한 이 소설에서는 단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낡은 우주정거장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만 있는 ‘안나’라는 노인과 그런 노인을 설득해서 데리고 나와야 하는 엔지니어가 등장한다. 안나가 기다리던 것은 떠나간 가족들이 있는 행성으로 가는 비행편이었지만 그 우주정거장은 폐쇄된 지 5년이 지난 곳이었기에 엔지니어로 가장한 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나올 목적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행성이었지만,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어 더는 찾는 사람이 없는 행성이 되어버린 곳이었기에 그곳으로 향하는 우주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우주개발이 진행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먼 미래의 일이고, 그때 겪는 문제이지만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릴 적, 명절이 되면 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항상 들러서 밥을 먹었던 국숫집보다 더 가까운 곳에 고속도로 출입구가 생기자 더는 그곳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되어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손님들조차 발길을 끊은 가게가 있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 주변에는 잊혀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무궁화호를 타면 느리지만, 여기저기 오래된 역들을 지나며 느낄 수 있었던 풍경과 여유를 지금은 쳐다볼 수도 없이 KTX를 타면서 지나쳐간다. 차를 운전하고 다니게 되면서, 학창시절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지나쳤던 북적북적한 시장통을 지나는 일이 없어졌다. 이런 느림 속에 있는 추억의 장소들이 문득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가 보면 묘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찾아갔던 고향의 어시장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멈춰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곳은 나의 학창시절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몰래 학교 밖으로 나가서 교복 차림으로 마음졸이며 놀다 왔던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더욱 아련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뒤는 돌아보지 않고 거침없이 자라온 내 인생이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 속 안나는 우주개발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젊은 시절을 모두 바쳤고, 큰 업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노인이 된 지금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라고 이야기하며,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가고 싶어 하는 그곳으로 떠나게 된다. 세상이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결국 떠나는 곳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면서 느림 속에 있는 장소이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과 과거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인생을 출발한 순간, 빠르고 바쁘게 돌고 돌아 결국에는 시작점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노력하며 사는 것인가?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나도 결국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는지, 그 도착점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도시가 발전하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무엇인가 금전적으로 이윤이 있는 사업을 통해 변화가 있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잠깐만 돌아보면 느리게 흘러가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멀미가 나면 천천히 지나치고 있는 먼 산을 쳐다보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내다가 마음이 힘들고 지치면 잠깐이라도 느린 곳을 쳐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잠깐의 여유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 아닐까?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다가 더는 나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되거나, 너무 지쳐서 버틸 수가 없다면 요동치는 세상의 중심에서 한 발만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는 “이게 요즘 유행이다.”, “이런 게 대세다.”, “이래야 ‘인싸’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을 변화의 중심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타인들과 발을 맞추면서 걷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나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기가 닥치더라도 한 발짝 물러설 곳이 있고, 그곳에서 더 큰 추진력을 얻어서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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