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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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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247회 작성일 19-08-0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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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손홍규

 

어느 골목길에 아주 떠들썩한 술집이 하나 있다. 이 동네의 불한당들은 다 모아놓은 듯한 행태였다. 그곳에 이곳 주민은 아닌듯한 청년이 들어선다. 장례식의 상주인 모양이다. 술집에는 인생의 거친 풍파를 겪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들이 풍기는 거친 분위기가 돌연 잠잠해진다. 그들은 청년을 바라보며 각자 다른 생각에 잠긴다.

 

"그들 모두 청년을 한 때 청년이었던 자신처럼 여겼고,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청년으로 돌아가 용기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청년은 사라졌다. 청년이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사랑에 실패하고 원한을 품었던, 살아보기도 전에 이미 세상에 절망해버렸던 그 청년은 그들의 내부에서 그들과 함께 늙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자기 내부를 헤매는 이 불길한 청년과 때때로 조우하며 수십년을 살아왔음을. 청년과 그들은 헤어진 게 아니라 함께 거주하며 서로를 증오하고 힐난하고 할퀴면서 수십 년을 견뎌왔음을."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64 페이지)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그 상실감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던 것일까. 그들은 가슴에 청년 하나가 항상 자리잡고 있음을 또 한번 깨닫는다. 마치 철없던 시절 새겼던 그들의 문신이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이 불한당들은 너도나도 팔토시로 문신을 감추고 싶어한다. 이제 소설은 그 술집에 있던 한 중년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그 역시 청년처럼 상실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 상실감이 자신을 잠식했는지 모를 만큼 뿌리깊게 내려 앉아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아내는 식당의 영양사이지만 더이상 그를 위해 요리하기를 거부했고, 가출한 딸은 연락도 없으며, 어렸을 적 폭행을 일삼았던 아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한 때는 그에게도 꿈이 있었겠지만 이젠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그는 살아야 했고 어떤 감정이 엄습하면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감정을 쥐어짜낸 뒤 엄습하는 감정을 방어했다. 그런 과정에서 감정들은 뒤엉켜 하나가 되어 동시에 전혀 다른 무엇이 되었고 이렇게 합금처럼 태어난 감정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말은 괴물일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그는 서서히 괴물이 되어갔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68 페이지)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그의 아내로 시선을 옮겨간다. 그와 아내, 다르게 흘렀던 수십년 속에서 서로에게 입히고 받은 상처가 보인다. 이 상처는 주고 싶어서 준 것도 아니며, 받기 싫어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그들도 알고있다. 불가항력적인 슬픔과 상실이 반복되며 그 실체는 조금씩 뚜렷해지지만, 실체가 드러날수록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잃어버리면서 살고 있을까? 잃는 것에 슬프다면 무엇을 얻음에 기쁜 순간은 존재할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부부가 처음 만났던 과거의 모습이 비춰진다. 비극의 시작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기쁜 듯 슬픈 듯한 그녀의 마음이 보였다. 누가 하라고 명령한 것도 아닌데 왜 그녀는 굳이 설거지를 했으며, 또한 슬퍼했을까. 세상과 그들 사이를 오가며 이간질한 존재는 사실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왜 우리는 일부러 그 존재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우리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까?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짓누르길래 한번 뿐인 인생이 끝없는 후회와 미련으로 얼룩져야 하는걸까. 


"그는 머릿속에 든 걸 모두 게워내고 싶었다. 지나간 삶을 전생처럼 게워내고 싶었다. 한 번도 진짜 행복한 적은 없었던 거야.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행복하지 않았던 거야. 행복하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누가 내게 이런 생각을 불어넣어 준 걸까. 내가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부추기고 속닥여서 그렇게 된 걸까. 나와 세상을 이간질한 자는 누구지. 나는 아닌데, 나는 아닌데, 그럼 누구지. 그는 까무룩 어둠 속으로 이마를 처박았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10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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