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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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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현준
댓글 0건 조회 5,689회 작성일 19-07-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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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무옌거 저



  오늘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상대방을 고려하여' 말하고 행동했는가. 말하기 보다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호감형이 되고 싶은 나는 하루를 보낸 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의 저자이자 심리전문가인 무옌거는 우리가 겪는 갈등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그는 거절하기 힘든 사이일수록, 매일 마주하는 관계일수록, 가깝고 소중한 상대일수록 "태도는 부드럽게, 행동은 단호하게" 해야한다며 원칙없는 선량함은 '호구*'짓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다. 사실 다른 누군가가 힘들때든 즐거울 때든 찾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이야기라던지, 감정을 잘 받아주는 사람일테고 어느정도는 감정의 쓰레기통 즉, 어느정도 '호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호감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무옌거는 우아하게 거절할 수 있고, 약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이기며, 일이 엉망이 되기전에 단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소인처럼 깐깐하게, 나중에는 군자처럼 대범하게 인간관계를 끌어나가라고 조언한다. 알기 힘든 철학적인 말 때문이었을까 생각이 옆길로 새어나가 결국 우아한 거절을 당하거나 약자에게 패배당한 상대방은 이전과 같이 편하게 나를 대하긴 힘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상대방에게 내가 더이상 '호구'가 아닐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자의 긴 글에는 '호구'이지 않을 방법만이 적혀있을 뿐 어디에도 '호구'이지 않으면서도 '호감형'일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찾을 수는 없었다.



 타인을 과도하게 '허용'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학대다. 온화하고 선량한 것도 좋지만,

필요하다면 자신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무기인 '까칠함'도 갖춰야 한다.

 기억하자. 강해야 할 때는 강하게, 부드러워야 할 때는 부드럽게 변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p. 48

 "그대의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량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랄프 에머슨

 : 하지만 상대방이 '까칠한' 혹은 '가시'가 있는 나에게 더이상 푸근하게 기대진 못할 것이다.


  글을 읽으며 쓸데없는 사색을 하다가 문득, 사랑받는 '호감형' 사람과 무시받는 '호구'가 기이하게도 맞닿아 있는 것을 느꼈을때, 지금은 선량함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시대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했다.


  우리는 이상이나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누군가에게 '영화에서나'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그리고 어릴적 숱하게 보아왔던 영화와 동화책에서의 정의로운 주인공이 결국에는 승리하는, 혹은 악당이 반드시 패배하는 '권선징악' 이 떠올랐다. 왜 현실과 동화책 사이의 거리가 이토록 멀리왔는지는 몰라도 어찌되었건 현실에서의 '선량함' 은 주인공보다는 '호구'에 가깝고 다른사람들에게 약점으로, 감정의 쓰래기통으로 이용되기 쉬운 결점에 가깝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선의를 품는다 해도 악의와 마주칠 수 있다. 진심을 내보여도 의심받을 수 있다.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해도 냉담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조용히, 나답게 살려고 애써도 누군가는 내게 이러저러한 기대와 요구를 들이밀 수 있다.  

솔직하게 나 자신을 보여줘도 상대는 나를 거짓과 기만으로 대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나면, 오히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길이 열린다. p. 163


  어쩌면, 선량한 호감형 사람이 주인공이 될지 호구가 될지는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들이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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