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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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수영, 전성민 저
나는 내가 똑똑한 줄 알았다. 공부에 있어서 최고는 아닐지라도 잘하는 그룹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는 전교권의 성적을 받아서 특목고인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교는 흔히들 말하는 SKY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를 진학했다. 고려대학교 내에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얻어서 공대에 있어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KAIST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흔히들 사람들은 고려대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생각한다. 물론 KAIST 다닌다고 하면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에서 좋은 학점을 받았기 때문에 KAIST 대학원에 와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에 들어와 연구실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학부생 때 연구실 인턴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연구실 생활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일과 때는 선배들이 열심히 본인 일에 집중하고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이 되면 연구실 사람들이 다 같이 교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곤 했다. 식사 시간에도 연구실 선배들은 연구에 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각자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혹은 연구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서로 물어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연구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학부생 때는 학부 과목들만 공부하면 되었기 때문에 연구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논문도 읽게 되었고 실험장비들도 익혀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연구할 주제가 생겼고 이 주제와 관련된 논문도 읽고 실험도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 주제를 받을 당시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연구실의 일원으로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연구 주제 관련 논문들을 읽어 나갔고 앞으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했다. 연구의 방향성이 설정되고 나서는 실험을 시작했고 실험을 위해 장비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연구 주제를 받기 전에도 선배들을 통해 교육용 팹에 있는 장비들을 익혀 나갔지만 혼자 하기에는 미숙했다. 장비 예약이 꽉 차 있어서 가끔 늦은 밤에 예약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연구실 선배가 본인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나를 위해 같이 들어올 때면 정말 고마우면서도 좋은 연구 결과로서 보답하고 싶었다.
연구를 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열심히 실험은 하고 있지만 내가 올바르게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때론 밤을 새우면서 실험을 하고 일주일 내내 실험 스케줄로 꽉 채워서 실험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면 기분이 너무나 허탈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면 선배들이 격려의 말도 해주고 나의 실험 과정에 대한 조언도 주곤 했다. 내가 어떤 개념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으면 선배들이 본인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럴 때면 너무나 고마웠다. 선배들도 연구하느라 바쁠 텐데 나에게 연구와 관련된 조언을 줄 때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랩 미팅 시간 때 내가 발표를 할 때면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많이 느꼈다. 발표 자료는 열심히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선배들의 발표 자료와 비교하면 내 것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내 발표 내용도 뚜렷할 만한 연구 결과는 없고 매주 연구 진행 상황이 더딘 것을 다른 선배들 발표와 내 것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교수님께서 가끔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해주실 때면 내 긴장된 마음은 조금 누그러뜨려 지며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좋은 연구 결과로서 교수님께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연구라는 것이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한 주 동안 실험을 해서 얻은 샘플들을 가지고 분석을 해보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대다수였다. 그럴 때면 ‘내가 한 주 동안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은 나에게 연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격려와 조언을 해주었지만 나는 그런 격려가 감사하면서도 연구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책을 연구실 책장에서 발견했다. 나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아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삶은 마라톤과도 같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는.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지, 삶에 쫓긴 나머지 제 페이스를 잃고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책이지만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연구라는 것은 기존에 존재했던 지식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새롭게 알아내는 것인데 중간 과정에서 실패들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패들이 있을 때 다시 일어나서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빨리 처리하는 것에만 얽매여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조급함은 일을 그르치는 적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이 구절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평소에 나는 실험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했다. 실험하고 있으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뭔가 열심히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실험을 안 하고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 자신이 조급했던 것 같다. 연구의 방향을 더 구체적으로 세우고 관련 논문들을 읽어나가며 실험 계획을 더 구체화하면서 실험을 병행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들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꿈을 향해 천천히, 포기하지 말고 달려가라.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이 구절 또한 연구와 연관시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이를 위해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이 왜 우리 연구실 책장에 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귀감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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