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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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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환
댓글 0건 조회 5,434회 작성일 19-08-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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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운이 따라서 곤란한 상황을 피해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내가 운수 나쁜 일의 주인공이 되어서 “재수 옴 붙었다”며 침을 퉤 뱉은 적이 있을 것이다. 위화의 소설 ‘인생’은 푸구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푸구이는 본래 지주의 아들이었다. 넘쳐나는 재산을 주체하지 못해 매일을 주색잡기와 도박에 빠져 보냈다. 집과 땅을 저당잡히며 도박을 한 결과 그는 모든 재산을 말아먹게 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부인 자전까지 딸 펑샤를 데리고 친정으로 떠나고 나자 그는 정신이 들고 가난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푸구이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전제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고, 이후 60년대에 문화대혁명을 겪는다. 지주들을 내몰게 되는 사회분위기에서 자신의 집을 사서 지주가 된 사람이 자기 대신 처형당하는 것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푸구이는 안도한다. 그의 인생의 고비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는데, 국공내전 시 시내에 나가다가 끌려가 포로가 되어 몇 년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더니 딸이 벙어리가 되어있기도 했다. 또한 나중에는 아들도 헌혈을 하다가 병원에서 죽고, 나중에 결혼한 딸도 아이를 낳다가 죽고, 사위도 일하다가 기계에 깔려 죽고, 부인도 병이 나서 죽고, 그나마 남은 손자도 죽는다. 가족들이 모두 자신을 남겨두고 죽는 경험을 한 푸구이만큼 팔자가 기구한 사람이 어디있을까.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닥쳐오는 사건의 연속이고,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바로 운명이라 생각한다. 운명은 결코 내가 거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오지 않도록 예방할 수 도 없는 일이다. 즉,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운명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책의 주된 화자는 푸구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부인 자전을 통해, 딸 펑샤를 통해, 다른 인물들이어떻게 삶의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테면 자전은 집안이 갑자기 몰락했지만 농사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펑샤는 벙어리가 되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일을 돕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푸구이라는 사람은 그의 인생 자체로만 봤을 때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 적극적으로 살아간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당시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 보았을 때 그는 참으로 소극적인 사람이다. 당대 중국의 분위기는 공산당에 복종하지 않으면,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홍위병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마녀사냥당하듯이 휩쓸려서 처형당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푸구이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그 체제에 순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문화대혁명은 오래된 중국의 문화재 소실을 가져오고 그 결과 엄청난 문화적 후퇴를 가져왔으며, 나아가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잘못된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푸구이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그저 그러한 사회 분위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은 결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작가 위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중국 근현대사의 잘못된 체제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다. 푸구이의 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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