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눈먼 자들의 도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민수
댓글 0건 조회 5,254회 작성일 19-06-13 23:29

본문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이 책은 사실 꽤나 유명한 책이고, 베스트 셀러이며, 영화로도 나온 인기도서이다. 집 책장 한켠에 먼지 쌓여 보관되고 있었음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기도 하다. 무언가 진부하리라는 섯부른 예상? 그러한 느낌이 이 책에 쉽게 손이 안 갔던 이유가 아니었나 하다. 어쨋든 집에 꽂혀 있는 읽지 않은 여러책들 중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던 이유는 인터넷에서 지나가면서 봤던 '눈먼자들의 도시' 라는 영화 포스터가 문든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유명한 책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 정작 재미난 책을 읽지 못해서 조금은 지친 감성의 느낌도 있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바이러스의 여파로 붕괴되어 가는 인간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인간의 불행은(혹은 행운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백색의 바이러스는 어느날 갑자기 인류 앞에 나타나게 된다. 운전을 하던 한 남자가 갑자기 시력을 잃고 교차로의 차속에서 당황하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통제불가능한 속도로 시력을 잃어 간다. 그의 차로 그를 집까지 데려다 줬던, 결론적으로는 그의 차를 훔쳐버린 도둑을 시작으로, 처음 시력을 잃고 교차로에 있던 사람의 아내, 그리고 그를 진찰했던 안과 의사, 그리고 그 안과를 찾았던 환자들... 처음에는 안과의사의 보고를 받은 의학계에서는 전염병으로 결론 내리기를 주저하나, 급속히 보고되는 동일증상의 환자들을 보고 국가적 재난을 선포하고, 환자들을 따로 격리 조치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책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눈먼 사람들이 폐쇄공간(버려진 정신병원)에서 일으키는 소요와 불안감, 의미없는 욕심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백색 바이러스의 면역력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를 통해 혼자만 가지고 있는 전지전능한(볼 수 있다는!) 능력에서 오는 고뇌와 자신이 마치 구세주처럼 남은 사람들을 돌보아야 하는 무게감, 피로감, 좌절감을 보여주며 눈먼 다수의 입장과 앞을 볼수 있는 단 하나의 입장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하나 더, 급속히 퍼져나가는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아직 눈이 멀지 않았던 사람들의 통제방식과 공포를 함께 보여주며 인간의 근원전 공포감에 대처하는 자세를 깊숙하게 보여준다.

  우선, 백색바이러스가 통제가능하다고 믿었던 시기의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면 일정부분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는 상관없으리라 생각하며, 통제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정치가들이리던가), 그리고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통제가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너나 나나 은행으로 달려가 현금을 확보하고자 했고, 사회는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져든다. 실제로 저런식의 통제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불가 얼마전에 있었던 조류독감이라던가 사스바이러스 등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모두들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일부는 통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은 괜찮으리라 위험지역을 다녀왔으며,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전형적인 일부의 안일함이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과장됐지만) 형태로 전개가 되었다. 그 때 그 바이러스가 정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라면? 현대의 문명에서 특정나라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항공, 항만을 완전히 통제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원초적 이기심과 일부의 일탈을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그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국가는(혹은 정부는) 비난을 감수하고 서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책에서는 다소 하위내용이지만)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정신병원에 갇힌 눈먼자들의 사회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어 나간다. 외부에서 정상인(아직까지는)들의 공포가 가져온 보급의 부족, 비인간적인 대우로 말미암아, 격리시설은 매우 불결하고, 굶주렸으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좀 소설적 장치로 좀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긴하다. 아무리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하나, 그 정도 선진국에서 제대로 격리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환자를 방치할 리가 없을 뿐더러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으로 대할 리는 없을텐데, 좀 더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다소 억지스러운 장치를 만들 지 않았나 하는 부분은 조금 공감이 되지 않았다. 어쨋든, 그 폐쇄된 공간에서 한정된 물품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나며, 인간의 이기심(나만 괜찮으면 된다는)등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간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여 조금이라도 멀리, 위험한 공간으로 가지 않으려고 하면서 시설은 점점 오물로 뒤뎦혀 가고, 음식의 배분등에 있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며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비난 하는 상황이 어어진다. 더 극적인 상황으로 치달어 가는 부분은 일부의 인원이 무기를 확보하여 배급품을 독적하기 시작하며, 음식을 돈을 받고 배분하고 심지어는 여성에 대한 성적 봉사를 요구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눈이 먼 사람들에게 금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눈이 멀었음에도 과거의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이득에 집착하는 인간의 단면을 보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인간은 좀 더 선할 수는 없는 걸까?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과정에서도 각 병실의 남자들은 무언의 동조뿐만 아닌 음식을 확보하기 위해 여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에 대한 예우와 사랑보다는 좀더 원초적인 식욕과 성욕이 지배하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 안타까운건 이러한 소설적 상황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공감이다. 대다수는 선하나 일부 악한 사람들이 선동하면 그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강한 결단과 희생이 없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프랑스 대혁명, 우리나라의 동학혁명과 같이 일부의 강한 결단과 희생이 없으면. 기득권에 대한 대항은 쉽게 이루어 지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눈이 보이던 안과의사부인에 의하여 혁명이 일어났고, 폭력을 소유했던 일당에 대한 단죄와 그들을 억압하고 있던 외부세력에 대한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 물론 그 자유는 바이러스에 의해 문명의 상실한 인류와의 조우로 결론지어지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눈먼자들의 원초적 인간의 모습은 충격적이지만 다소 진부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소재는 사실 많이 있기도 했고,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흐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홀로 눈이 멀지 않은 안과의사 아내의 고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분명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매우 큰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한 강점(볼 수 있다는)을 혼자만 가지고 있어서 오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얼마나 어마어마 했을 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린 상황에서, 자신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지만 눈이 보인다는 부분을 밝혔을 때 오히려 그들의 비난과 자신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며 그녀를 마치 서번트처럼 부리려고 하는 사람이 나올 것을 우려하여 함부로 자신의 눈이 보인다고 밝힐 수도 없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폭력의 권력을 쥐고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세력에 홀로 대항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신체적 나약함에서 오는 공포와 고민이 절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심지어 정신병원에서 해방되어 나간 도시에서 음식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슈퍼마켓의 지하창고에서 결국은 그곳이 함정처럼 되어 들어간 맹인들이 나오질 못하고 공동묘지처럼 모두 죽어나간 모습에 크나큰 정신적 상처를 받기도 한다. 혼자만 남겨졌다는 외로움,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지하고 기대하는 무게감. 소설의 말미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치유되어 시력이 돌아오는 상황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안도감과 함께 알 수 없는 허탈감과 공허함. 마치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느낀걸까? 혹은 자신을 억누르던 책임감의 무게가 옅어지면서 오는 해방감이었을까. 인간은 홀로 살아가기 힘든 동물이다. 그리고 무한한 희생을 보여주는 것도 힘든 동물이다. 사유하고 고민하는 동물이기에...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은 극한의 제한된 상황에서 오는 인간의 근원적 본성과, 홀로 남겨진 무게감을 견뎌내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 사회의 모순과 나 자신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해주는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