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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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정세랑 장편소설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은 주변에 있을 법한, 혹은 내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50명의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평범하지 않은, 그리고 놀랍도록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에서, 슬픔과 기쁨, 우울함과 분노 등의 각자의 것이라고만 여겨지는 감정들은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자의 이름이 소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는 책의 한 챕터 챕터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듯 하지만, 소개된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과 시간에 갇혀있어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한다.
그네들에게서 보여지는 일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닮았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바랍니다' 라고 적혀있는 작가의 말 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책 속에서보다 더 많은 끈들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끈에 자극을 주면 순식간에 퍼져 나가버려 자극에 정도에 따라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사건들이 은은하게 혹은 격렬하게 퍼져 나간다.
이런 것들을 먼저 깨닫고 깊이 체득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쉬이 숨기고 웃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을 수도 있다. 내가 지금 하는 말과 행동과 표정이 주변에 어떤 파동을 몰고 올지를 선명하게 알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파동을 다른사람들이 느끼고 불쾌함을 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힘겹게 웃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사려깊은 사람은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위선적인 몇몇 사람의 모습에 진력질이 난 이십대의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감정과 행동에 솔직해 지기로 마음 먹었었다. 아프면 아픈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또 기운이 없거나 힘든일이 있을 때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다짐했었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보통 이런 사람을 '어린 사람' 혹은 '철이 덜 든 사람' 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스스로 어린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었던 것 같다. 감정과 사실은 숨길 수 있고 포장할 수는 있지만 사라져 버리거나 갑자기 생길 수는 없기에, 그대로 내어놓고 치워버리는 쪽이 깔끔하고 좋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정말 '어린 생각'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점점 더, 나보다 훨씬 빨리 성숙해져버린 사람들이 그랬듯 주변사람들에게 전해지는 파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위해 감정을, 아픔을, 무지함을 숨기고 웃어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곯아버릴 감정들을 혼자서 견뎌내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겠지만.
사람마다 도덕의 기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지 그들에게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항상 내가 생각하거나 의도한대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하던지간에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정말 사이코 패스가 아닌 이상에서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스스로 모두에게 최선이라 생각하며 고통을 겪으면서 하는 결정이, 혹은 어떻게 하면 최선이 될지 혼란스러워 고통을 겪으면서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당못할 상처를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의미에서, 자신을 드러내는게 답일까 혹은 감추는게 답일까? 무언가 결론을 짓고 생각을 마무리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채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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