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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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세계의 원자로’ 한반도는 참 흥미로운 지역이다. 2년전에 만 해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미국하고 북한이 판문점에서 약식 정상회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술 더 떠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영역까지 넘어가서 김정은 위원장과 사진을 찍은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리고 기자들을 향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지금 대단히 좋다. 앞으로 2-3주 내에 실무진이 다시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라고 공언했다. 미국하고 북한이 대화를 통해서 핵을 폐기하는 것은 한반도의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데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을 것이다. 똑같이 핵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제와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과는 대화를 계속 펼치고 있는 것이 뭔가 일관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 영국과 프랑스가 핵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우방국임에도 갖은 방해를 했던 미국이다. 적대국인 이란과 북한은 두말 할 것 없이 폭격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인데, 왜 이란한테는 강경 대응을, 북한에게는 대화를 하는 것일까? 오바마 정권만 해도 이란과는 대화를, 북한은 의도적 무시를 하던 상황이었다. 무엇이 미국의 전략을 바뀌게 했을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권이 바뀌어서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화당은 대이란/대북한제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오바마 정권 시절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이란제제는 부활했는데, 문제는 북한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에게 ‘살인마랑 대화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할 정도 당황한 것으로 봐서는 이는 미국 내부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뭐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정치판에서 이런 비난은 새삼 놀랍지도 않다. 다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은 왜 미국이 꼭 집어서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하느냐이다. 좀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업적으로 삼기 위해서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틀리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비핵화를 달성한다면,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업적이 되기 때문에 재선에 유리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명분이고 미국의 속내에는 궁극적인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본다.
현재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은 4가지이다. 기축통화, 첨단기술, 자원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안정된 위치.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되고자 했지만, 여전히 석유와 곡물을 결제하는데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달러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자원? 미국이 본토에 있는 자원을 환경오염 때문에 안쓰고 있을 뿐이지, 그 넒은 대륙에는 갖은 희토류와 에너지 자원이 넘쳐흐른다. 일례로, 셰일오일이 개발되면서 고유가 시대가 저물어 버렸고, 석유를 중동에서 수입해서 쓰던 미국이 이제 더 이상 수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깐 중동에 대한 관심과 개입을 최소화 하고 있다.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화웨이와 ZTE에 대한 온갖 제제와 견제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서 IT 기술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들어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고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타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secondary boycott 하는 내용이다. 추가로 이 때문에 발등에 불떨어진건 누구 임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중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화웨이 통신 장비를 도입한 L 그룹이 되시겠다. 그리고, 미국이 추가타로 중국 금융에 대한 제제에 들어가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물론, 오사카 G20 회의해서 휴전하긴 했지만, 이건 휴전일 뿐이다.

그런데 ‘미국의 바다’인 태평양이 문제다. 일단 미국의 지리적 위치를 살펴보자. 동쪽에는 대서양, 서쪽에는 태평양, 북쪽에는 우방국 캐나다, 남쪽에는 심심하면 괴롭힘 당하는 위성국가 멕시코, 그리고 더 남쪽에는 별로 힘이 없는 남미 국가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하면 외부의 위협에 노출이 되지 않는 최고의 위치다. 한술 더 떠서 ICBM 요격을 위한 미사일 방어 체제 (MD)까지 완성을 눈앞에 둔 미국이다. MD가 완성되면 이제 미국의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잠수함이나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밖에 없는데, 문제는 태평양과 대서양은 미국 해군이 장악한 미국의 바다이다. 그리고, 이 태평양과 대서양이 세계 경찰 초강대국 미국 패권의 핵심이다. 역대 초강대국이던 로마 제국이나, 중국, 인도 같은 국가들은 외부의 적과 항상 육지로 국경선을 맞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외적의 침입이 국가 위기와 멸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본토를 위협할 만한 적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멕시코?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어서 미국과 전쟁을 시작하면 경제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토가 하루만에 쑥대밭이 될 것이다. 캐나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다섯 개의 눈의 핵심국가로서 망할 때 까지 미국 편을 들지 적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서양에는 영국이, 태평양에는 호주-뉴질랜드가 1급 동맹국으로 버티고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미국의 바다인 이상 미국이 아무리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어지럽다고 해도 외부의 침입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수인 러시아, 중국이 호시탐탐 대서양과 태평양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미국은 유럽을 NATO로 묶어서 러시아가 대서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최근에 크림반도를 강제로 러시아에게 빼앗기면서 자존심을 구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는 대서양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셰일 오일의 채굴로 고유가 시대가 저물면서 자원을 팔아 경제를 지탱하던 러시아에게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더 이상 주변국을 신경쓸 여력이 없어졌다. 태평양에서는 일본-한국-대만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과 같다. 유럽은 프랑스-영국-독일만 있으면 단독으로 러시아와 맞상대가 가능하지만, 한국-일본-대만은 셋이 힘을 합쳐도 중국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한국하고 일본의 사이가 좋지 않은데 중국이 한반도와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남중국해까지 본인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행하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랑 공조하고 있지만, 두 나라 역시 동네 양아치 같은 중국에게 대항하기란 버겁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기 위한 도련선 전략을 가지고 주변국에 압박을 넣고 있다. 어이없지만, 중국 본인들 생각에 제 1 도련선 영향권인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니깐 펄쩍 뛰면서 한국에 경제 보복을 단행한 중국이다. 그리고 제 2 도련선으로 호시탐탐 세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은 태평양을 중국에게 절대로 내어줄 생각이 없다. 왜냐? 미국이 앞마당인 카리브해를 이런식으로 스페인에게 빼앗아 온 다음 초강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강력한 적수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 기술 개발로 첨단국가로 탈바꿈 하는 것은 각종 제제와 견제로 무력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태평양 방위에 구멍이 생기면 이는 본토에 치명적이다. 이를 반전시키려면 한반도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다.”
마침 북한이라는 알쏭달쏭한 카드가 미국에게 묘수로 떠오른 것이다. 북한을 살살 구슬려서 비핵화도 달성하고 수교해서 친미 국가로 만들어서 주한미군을 북상시킬 수만 있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북경에서 상하이까지 모든 영역이 미국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다. 동북지역에 중국군이 집중되고, 러시아도 불안감을 느끼면서 유럽에 신경쓰지 못할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맘만 먹으면 하루만에 베이징까지 진격할 수 있게 된다. 마침 비핵화라는 명분이 미국을 개입하기 딱 좋게 만드니깐 중국도 반대하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북-미 대화를 찬성하고 나서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안되니깐 G20에서 문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자기네 편을 들라고 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꽃놀이패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모든 패가 미국에게 전부 노출되어 대중국 포위망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니 이란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란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실패하면서 남아시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투사하는 것에 대하여 손을 떼면서 전략적 의미는 없어졌다. 오히려 페르시아만과 홍해를 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게는 훨씬 가치가 있다.
이처럼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구공산권 국가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은 한반도이다. 현재까지는 정부에서 태도의 모호성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이용하여 미국-북한 사이에 중재를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날이 갈 수록 격화되고 있고, 언젠가는 우리에게 한쪽 편을 들라고 요구 할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되겠지만, 일본처럼 경제적 체급이 성장하지 않는 이상 애매한 태도는 양쪽의 공격을 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확실한 건,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하여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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