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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긴보텀의 참사 - 내서니엘 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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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6,375회 작성일 19-07-0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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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부생이던 시절 과학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수업을 진행하시던 제프리 교수님은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 (Plato's Cave)를 해석하고 적용하는데에 수업 커리큘럼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셨다.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의 주석이다'라고 평가한 20세기의 영국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현상세계를 뛰어넘는 진리를 찾고자하였던 수 많은 철학자들과 신학자, 과학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동굴의 비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이 바라보는 현상세계는 마치 동굴에 묶인 죄수들이 불빛의 그림자를 보는 것과 같아서, 결박을 푼 죄수 (철학자)가 불빛(이데아)을 발견함으로 자신이 그 동안 보았던 그림자들이 모두 허상에 불과함을 깨닿고, 또 그가 동굴 밖으로 나와 태양(더 높은 차원의 이데아)을 발견함으로 불빛 또한 태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닿는다. 철학자는 동료 죄수들에게 돌아가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설명하지만, 동굴의 죄수들은 그저 그림자만을 바라볼 뿐 철학자의 이야기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철학자를 조롱하고 공격한다.


동굴의 비유에 의하면 사람이 높은 차원의 진리를 깨닿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는 밧줄 (편견, 선입관, 관습)을 벗고 진리를 향해 방향을 돌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사람이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지 못한다면, 아직도 지구를 평평하다고 믿고 있는 몇몇 사람들처럼 낮은 차원의 진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플라톤의 철학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은 비단 철학자나 신학자에 머물지 않았던 모양이다. 흥미롭게도 이번 달에 내서니엘 호손의 추리소설 '히긴보텀의 참사'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소설의 이야기 진행 방식에 동굴의 비유를 대입하지 않았는가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히긴보텀의 참사'는 주인공이 사건과 범인을 알면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독특한 스토리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담배 행상으로 일하는 청년 도미니커스는 어느 남루한 농부를 통해 킴볼턴의 부호 히긴보텀이 목매달아 살해당했다는 소문을 전해 듣는다. 서부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상 자신의 정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없었던 도미니커스는, 킴볼턴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를 간헐적으로 얻어간다. 도미니커스는 자신이 전해들은 살인사건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여러 다른 반응을 겪는다. 일부는 도미니커스에 동조하나 많은 사람들은 그를 비웃고 무시하였고, 심지어는 본인이 히긴보텀을 보았다는 목격담을 통해 도미니커스를 조롱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였다. 여러번의 수치와 모욕을 통해 반발심을 얻는 도미니커스는 홀린듯이 킴볼턴을 헤매 히긴보텀의 집을 찾아내고, 그 곳에서 한 노동자가 히긴보텀을 목매달아 죽이려고 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도미니커스가 처음 들었던 소문은 히긴보텀 살해음모를 꾸몄던 살인범들의 미래 계획이 새어나와 소문으로 돌았던 것이었고, 도미니커스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마침 그 살해음모와 관계있는 사람들을 추궁했기 때문에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히긴보텀의 참사'는 추리소설보다는 영웅담에 더 가까운 이야기이다. 진실을 찾아 헤매는 도미니커스는 그 여정을 통해 진실에 더욱 다가갈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소설 초기에 보이던 수다쟁이 청년은 소설 말미에는 살인미수범을 잡고 히긴보텀을 구해해는 영웅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진실을 모욕하고 멸시하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그들과 동조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환경과 상관없이 자신이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한 추리에 믿음을 가지고 용기있게 여정을 나아간 도미니커스에게서 배울점이 많다. 물리세계 속 진리를 찾아가는 연구자로서, 신앙을 가진 종교인으로서, 그리고 나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삶의 주인공으로서 나는 삶의 진리를 향한 인생의 여정 가운데서 주저앉고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오늘도 전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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