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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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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439회 작성일 19-05-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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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블러드: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저/박아린 역


창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사람은, ‘테라노스’ 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2003년 실리콘밸리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 혈액검사 기술개발 스타트업은, 한 때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었을 정도로 성공적인 벤처 창업 사례로 평가되었었다.


테라노스의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낮은 목소리와 지적이고 신뢰가는 이미지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매력과 체혈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고 단언하는 슬로건을 통해  테라노스는 전설적인 외교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 등의 미 전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거물들을 사외이사로 끌여들였다. 이렇게 ‘신뢰가 가는 외관’을 바탕으로 테라노스는 한 때 투자금액만 1조원 이상을 확보하였다.


어떠한 획기적인 기술력이 이렇게 테라노스의 가치를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했을까. 테라노스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에디슨’ 이라는 혈액검사 기기가 손가락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 가지고도 250개의 질병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선전했다. 전통적인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주사기를 사용해 정맥으로부터 수 ml 의 혈액을 뽑아야 하지만, 정맥 주사의 방법으로는 환자의 의료 부담이 높은 미국에서는 검사자가 수백 달러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고, 또한 위의 방법으로의 채혈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검사를 꺼려한다는 단점이 있다. 테라노스의 ‘에디슨’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장비였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홈즈는, 미국 대형 약국 체인 중 하나인 윌그린와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웰니스 센터라는 혈액 검사 실험 센터를 애리조나 등의 지역 곳곳에 설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희망적으로만 보였던, 그리고 미국의 의료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테라노스는 2015년 월스트리트의 한 기자가 테라노스의 진실을 일련의 시리즈 기사들로 폭로함으로써 산산히 무너져내린다. 테라노스에 입사 후  퇴사하게된 내부고발자들의 정보로 토대를 이룬 이 기사들은, 철저하게 베일에 감싸져 있던 테라노스의 추악한 단면들을 적나라 하게 파헤쳐 갔다. 아래는 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 중 일부의 내용을 적어놓은 것이다.


  • 에디슨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질병은 10여개 뿐, 그 마저도 기존의 혈액검사 기기들보다 정확하지 않음.

  •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회에서 측정 결과를 조작, 미리 녹화된 측정 결과 동영상을 사용.

  • 미국 FDA 의 승인이 되지 않은 제품을 승인된 것 처럼 공개하여 투자자를 모음.

  • 철저한 기술의 외부 유출 불허, 보안을 위시한 철저한 외부 통제


홈즈와 테라노스는 인류의 건강이라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적인 슬로건 뒤로 그들의 기술력의 미진함을 숨겼다. 하이테크 기술인 Microfluid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통한 체혈 진단을 목표로 원대하게 시작했지만, 단지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위한 조급함 때문에 그들은 단지 하나의 진단 박스에 지금까지 상용화되고 보편화된 여러 기술들을 구겨넣는 수준으로 그들의 장비를 개발했다. 기술력에 자신이 없었던 그들이 외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택한 방법은 그들의 기술력의 실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 직원들의 입막음을 철처하게 시키는 것이었다. 21세기 테크 회사에서는, 기술의 공유와 외부 피드백을 통한 발전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테라노스는 완전히 폐쇄적인 회사였고, 회사 내부 부서들도 그들이 하는 일 외에는 정보를 얻기가 무척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수년간 그들의 기업을 후원하고 지지하던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이나 유명인사들이 그들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깊게 알아보려고 하거나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사외이사에 진단이나 의학관련 학자가 단 한 명도 없음에도 투자자들이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믿고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거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것이 어떠한 힘을 지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사가 터진 이후 수 개월내에 기업가치가 0원으로 조정된 테라노스의 운명처럼, 속이 빈 강정같은 알맹이가 없는 말이나 선동적인 이미지들은, 결국 진실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의 연구자의 입장에서 테라노스를 봤을 때, 테라노스의 사기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연구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거짓말을 시작할 때는 ‘하나쯤 건드리는 것은 별거 아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시작하다가, 그 거짓말에 외부의 열광적인 반응이 보이게 되면, 그것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로 무마하려고 한다. 이 단계쯤 되면 누군가는 내가 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엮이고 외관은 눈덩이처럼 커져 도저히 손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 속이 비어 있는 풍선처럼, 보이는 것은 점점 더 커져가지만 누군가가 바늘하나만 꽂아넣을 수 있으면 바로 터져버리게 말이다. 결국 터져 사기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대단한 일을 할 수가 있지?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조그마한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테라노스의 사기가 작은 것부터 출발해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 나가는 평범한 연구와 다른 점은 단지 어느 순간에 틀어져버린 그녀의 비뚤어진 도덕적 나침반에 있을 것이다.


연구든 창업이던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해나가려고 하는 무엇이던지 간에 결과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급한 마음과 결과와 성과위주의 방향성은, 결국 요령과 속임수를 동반하기 매우 쉬운 상태에 도달한다. 적어도 우리가 해 내가는 일들에 대한 것들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고칠 점이 있다면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련분야에 대해 아는 사람에게 까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깊은 이해는 결코 쉽게, 그리고 짧은 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노력들이 제대로 정제된 실력을 만들어 낸다. 정직과 겸손, 그리고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끊임없는 노력은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말을 번지르르 하게 하는 능력이나 자기를 스스로 가진 것보다 더 대단하게 남들에게 보일 수 있는 능력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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