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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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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원
댓글 0건 조회 5,503회 작성일 19-05-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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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한강

 

 내 고향에서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유를 알 수 없이 편안한 마음이 든다. 바다를 따라 형성된 도시인 내 고향 마산은 남해안의 강한 조류를 닮아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다. 그와 달리 이 소설의 주인공 ‘자흔’과 ‘정선’의 고향은 같은 고향인 여수이지만, 여수의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멀어지려 노력 중이다. 바쁜 서울 생활을 하면서 고향의 편안함은 잊은 채 육체와 정신이 썩어가지만, 여전히 방황하며 고향을 점점 더 멀리한다. 외로움과 고단함을 참을 수 없어진 생활에서 도피하고, 위로를 받고자 마침내 ‘정선’은 여수의 바닷바람을 찾아 고향으로 향한다.

 

 2012년,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나는 ‘촌놈’이었다. 마산에서는 신기하게만 들렸던 서울말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도시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곳은 반대로 그들이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곳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됐고, 외로웠다.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지면 고향 친구들을 찾기 바빴고, 금요일 저녁이면 항상 마산으로 가는 버스에 앉았다. 그렇게 두세 달을 지내면서 천천히 타지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향은 항상 내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줄 수 있는 장소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바다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바다와 많은 인연이 있었다. 매일 아침 생선 비린내가 코를 자극하는 시끄러운 어시장을 지나 등교하고, 고등학교에서는 항상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공부했다. 아버지, 형과 같이 낚시를 하러 바다로 갔던 기억과 심지어 유년시절에는 휴가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갑작스러운 태풍을 피하느라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아다니다 몇 시간을 울면서 돌아다녔던 기억도 있다. 무서운 기억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재밌는 사건이다. 바다와 함께 살아왔고, 그 바다가 고향이기에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정선’은 ‘자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모든 것에 지쳤으나 결코 모든 것을 버리지 않은 것 같은 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이 순간순간 거짓말처럼 그녀의 어둠을 지워내 버리곤 했다.”

 

 ‘자흔’은 양친을 잃고,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어디든 자리 잡지 못한 채로 온갖 도시를 방황하며 지내왔다. 이렇다 할 직업도 없는 그녀는 서점 아르바이트, 무역회사의 경리직 등의 일거리로 연명하고 있었다. 한 도시에서 1년을 채 머물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그녀였고, 그러면서 힘들고 외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밝은 표정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겉보기에는 자칫 멍청하게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를 시작할 때는 늘 같은 음악으로 아침을 맞는다. “여수로 가면, 나한테도 음악 같은 건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어딘가 믿는 구석이 바로 고향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도 고향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 왔던 적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쯤에는 ‘어서 마무리하고 마산이나 한번 다녀오자.’라는 생각으로 힘을 얻어왔다. 그 생각 덕분에 힘들고 우울한 내색을 잘 하지 않고 묵묵히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워졌고, 내 말투를 신기하게 바라봤던 사람들에게 맞추기 위해서 사투리를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내 본질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타지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지 8년째가 되었다. 비록 ‘마산시’라는 지명은 없어졌지만, 마산 앞바다, 가족과 친구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 덕분에 남은 인생을 더욱 힘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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