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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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최병일 지음
2018년 12월 6일 화웨의 회장 딸 멍완저우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사건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미국의 상징과 같았던 무역의 자유, 시장 경쟁에 의한 안정의 모습과 사실상 정면 배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실제로 행사하는 모습은 세계 경찰이라는 명목 하에 범국가적 안보 문제에 국한되어 있었다. 테러범을 체포하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이번처럼 경영인을 기습적으로 체포하는 모습은 새롭다. 명목상은 화웨이가 통신 장비 내에 백도어를 설치하여 미국 기업들의 산업 정보를 몰래 빼돌린다는 의혹이 있고, 이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사항이기에 미국이 화웨이 CFO인 멍완저우를 체포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체포가 사실상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최근의 공세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2019년 5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부터 화웨이 및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는 미국 상무부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인텔, 퀄컴 등 화웨이의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거래사들은 모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은 비단 미국 기업에 한하지 않는다. 이미 일부 유럽 및 일본 기업들 역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D램 공급을 중단하였기에 화웨이의 삼성 및 SK하이닉스에 대한 메모리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화웨이의 고위 임원들이 최근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등을 찾아 부품 공급 협조를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동참을 요청한 상태에서 과연 국내 부품 공급사들이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부품 공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물론,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미국처럼 모든 기업들이 당장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향후 미국 측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다면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른다.
미국의 이와 같은 행보는 오바마 대통령 정권 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자유 공정 무역에서 보호 무역으로 미국의 기조가 완전히 뒤바뀐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혹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사업가적 기질과 통제 불가능함 때문으로 치부하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미국의 신 정책 기조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작금과 같은 모습을 단순히 현 미국 정권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지난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들 (이라고 쓰고 미국 이라고 읽어도 무방하지만) 간에는 중국의 개혁과 시장 개방은 결국 중국의 정치 체제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 것이라는 공통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체제에 중국을 편입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국의 시장 개방을 통해 미국의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경제학의 이치와도 같은 것으로 당시 고위 엘리트층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지표는 그러한 믿음에 균열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Source: 서울신문, “中, WTO총회서 “美, 세계경제 위협” 작심 비판”,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309018038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 수입액은 약 5,000억 달러, 수출액은 약 1,300억 달러이다. 무려 3,75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이미 만성적인 현상이다. 중국의 시장이 개방되고 공산당 독재의 정치 체계가 유연해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지금의 미국은 인지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미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중서부 및 북동부 지역의 제조업이 몰락한 큰 이유는 china factory 때문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러스트 벨트로 몰락한 이 지역 백인들의 콘크리트 지지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제조업 기반 노동자들의 구세주인 상태이다. 재선을 위해서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중국 손보기이다. 단순히 미국 현 정권의 생사만이 달린 것 뿐 아니라, 미국 전체 입장에서도 현재의 중국은 좌시할 수 없다. WTO가입 이후 중국의 경제는 기하급수 적으로 성장하여 2018년 말 기준 중국의 GDP는 미국의 65% 수준에 달한다.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동안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0.5% 에서 10.2%로 상승했고,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1.75%에서 15.2%가 되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잘 길들여진 강아지를 바랬지만 지금은 통제불가능한 호랑이가 되었다. 더 이상 좌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미국을 사로잡았고 이것이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Source: 매일경제, “미-중 무역전쟁 6월 ‘대격돌’…중,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종합)”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05/371960/
결국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정치적 투쟁에 기인하고, 특히 현재의 관세 인상 카드를 시장에 의한 자유 경쟁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미국에서 먼저 꺼내들고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은 향후 국제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중국의 피해량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2018년 하반기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 이후, 2019년 5월 미국은 결국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5월 10일 0시 1분 이후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하는 2~3주간의 시간 동안 유예를 한 것이라는 점에서 여지를 남겨 두기는 했지만, 6월 1일인 오늘 중국발 화물선이 미국에 도착하여 사실상 관세 부과가 이루어졌다). 중국은 이에 질세라 6월 1일자로 600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약 5,000억 달러 규모인 반면 대중 수출액은 1,3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여 양국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관세를 인상하면 그 타격은 미국보다 중국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내 소비 시장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크게 위축된 상태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는데 무역전쟁으로 인해 그 속도가 가속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효과만으로 미국의 승리를 점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무역전쟁이 발발하게 된 계기는 미국이 의도한 중국의 개혁과 개방이 실패했다는 데 있다. 미국이 갖고 있는 현재의 불만은 표면적으로는 무역 수지 불균형이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의 정부 주도 불공정 대미 투자, 환율 조작, 고질적인 지식재산권 보호 분쟁, 중국 시장에 외국 기업이 진입 시 기술 이전 강요, 사이버 보안 등의 고착화된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결국 중국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심지어 심판자여야 할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국 기업들의 편익과 보호에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점을 미국은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서 진정으로 승리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로 하여금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 (이라고 쓰고 황제라고 읽지만…) 휘하 공산당은 수치의 협상은 있어도 시스템에 협상은 없다고 굳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global value chain 상에서 세계의 공장으로써 눈부신 성장을 해 왔지만 현재는 단순 노동 집약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의 한계를 겪고 있다. 중국을 진정한 세계의 패자로 만들려는 야심은 중국제조 2025를 내세우며 기술 굴기를 국가 사명으로 천명하였다. 2025년까지 10개 첨단산업 분야 핵심 부품 자급률을 70%까지 올려 중국의 경제 모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는 다시 말해 자국 산업을 정부 주도하에 통제하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시진핑 주석의 임기 제한이 철폐되며 장기 집권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후 시진핑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현 중국 정권이 몰락할 수도 있는 불가침의 영역일 것이다.
중국은 지금이 경제 타격이 장기화 될 경우 힘이 점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미국의 편인 것도 아니다. 내년부터 시작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릴레이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만 줄여주고 현재의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 만으로도 그간 어떤 미국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훌륭한 성과로 포장될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스몰딜이 이루어 지게 된다면 미국은 결국 본질은 바꾸지 못한 채 앞으로도 중국에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제3자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에도 붙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입장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저울질 하면 사실상 답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수수방관을 할 수 있을까? WTO의 기본 원리는 어떤 품목에 대해서 회원국들간에 관세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 인상하기로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에도 똑같이 관세가 인상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럽 등에서 이에 대한 반발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 간 힘싸움이 길어질 수록 우리나라는 새우등 터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우리나라는 철강 품목에 대한 관세 예외를 적용 받아 한숨 돌리긴 했지만, 향후 무역전쟁으로 인한 광역 데미지를 매번 이런 꼼수로 풀 수는 없다. 더욱이, 이러한 모습은 결국 WTO의 기능 자체를 상실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속셈이 WTO 무효화 이긴 하지만) 향후 국제 경제의 방향이 점차 보호주의와 경제민족주의로 가게끔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국가간 자유 무역 협정이 어쩌면 역사속 유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지도가 완전히 새로 쓰여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패자가 지고 신흥 강자가 부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패자의 진영에 속해 있다. 저물어가는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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