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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슬로보트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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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성원
댓글 0건 조회 5,579회 작성일 19-06-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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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독서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런 이름이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는 10월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름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이름만 많이 들어봤던 작가였지만, 갑자기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점이 그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이번 책이 내가 읽는 그의 첫번째 저서이기에 내 의견에 대해서 나조차도 확신이 없지만, 내가 느낀 한가지는 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대학교에서 배포하는 추천 도서나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소설들을 보면, 뻔하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많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와 같은 보통의 독자들이 읽으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과 전개가 펼쳐진다는 이야기이다. 영화계에서도 보면, 비평가들의 평점이 높은 영화가 꼭 대중들이 높은 평가를 부여하는 영화가 아닐 수 있다. 이는 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함축된 의미들이 많은 단어들의 사용 혹은, 보통 사람들이 불편할 정도의 플롯을 가지고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리그에 낄 생각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정확히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는 소설인 것 같다. 작가의 소설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과 사건의 전개는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너무나도 쉽고 친숙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대사나 감정의 묘사들은 우리에게 책을 덮고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마력이 있다. 물론, 작가의 이런 글쓰기 방식이 그들의 리그에서 보기에는 대중성을 위해 예술성을 희생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람들은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고,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상황을 겪는 사람들 간의 감정 공유와 동질감은 쉽게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을 본인이 설정한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결을 같이 하는 감정을 글이나 말로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의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그들의 말하는 예술성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과 상황은 특수하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이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너도 느껴야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반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큰 틀에서는 모두가 어느 정도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이런 사실을 정확히 간파하고 정확히 우리가 어떤 점에서 생각에 잠기고, 뭔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감정에 빠지게 하는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이를 의도하고 글을 쓰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게 작가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느낀 작가의 소설 속 세상의 특징을 한가지 더 얘기하면, 바로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윤리나 도덕, 옳은 것들을 열심히 설명하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중국으로 묘사되는 이상향을 갈망하면서도 ‘친구여, 중국은 너무도 멀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생각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때로는 그런 현실을 마주할 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부분에서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두렵고 떨리겠지만,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을 때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상황들이 많이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른이 될 것 같았는데, 아직 모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만 늘어가는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힘내라는 상투적인 위로가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적어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내가 크게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라는 작은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조금은 결이 다른 위로를 건네주는 소설인 것 같다. 너만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느껴지는 뭔지 모를 동질감과 안도감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로 아닌 위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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