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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싸우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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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환
댓글 0건 조회 5,641회 작성일 19-06-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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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인과 싸우는법 > - 이기형

 

- 이 승 환 -

 

 

신화는 시작되었다

 

   주인공인 양덕준 대표는 신화적 기업인 ‘아이리버’를 창시하기 전 삼성의 반도체부문 이사였다. 모든 기반이 갖추어진 대기업에서 나와 창업을 한 그에게 세상은 캄캄한 어둠 같았을 것이다. 보통 창업을 할 때 가장 큰 고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어떤 인력을 쓰는가?’와 ‘자금조달 문제’이다. 하지만 양덕준 대표는 특유의 매력으로 그와 함께라면 어디든 일 하러 가겠다는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양덕준 대표가 얼마나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지도자로서 믿을 만한 존재였는지 볼 수 있다. 게다가 양덕준 대표는 자금조달 문제까지 그의 인연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양덕준 대표가 홍콩지사에서 일했을 때의 인연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창업 초기에는 CD타입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러스로직 사의 칩을 팔아 영업을 하려고 했으나, 어떤 업체도 생산해본 경험이 없다며 생산 지도까지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양덕준 대표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한다.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시기에 양덕준 회장은 브랜드를 위해서 결단을 내린다. 대기업 삼성에 의지해서는 결코 독립적인 기업으로 설 수 없다는 판단하에 창업 초기 삼성의 하청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현금 거래를 끊는다. 양덕준 회장은 ‘아이리버’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거대 기업과 싸워서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거인’으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힘겨루기를 통해 경쟁에서 이긴다기보다는 양덕준 회장 자신만의 자존감을 찾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하는 과정 중에 생긴 결심인 듯 하다.

 

  아이리버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세계 매장에 진입을 도왔던 소닉블루의 질 낮은 제품 생산도 거절한다. 그리고 기어이 1990년대 삼성, LG, 대우 등의 대기업들이 직면해 있던 거대한 벽 소니를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석권해버린다. 이 시절 아이리버가 Sorry Sony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게 참 유쾌했었다.

 

   아이리버는 디자인경영을 전자제품에 최초로 도입한 기업으로도 평가받는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후 소비자들은 예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리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디자인 속에서 아이리버 아이덴티티가 사라졌을 때, 이노디자인과 결별하며 한 번 더 새로운 혁신을 외쳤다. 아이리버 창립자 양덕준은 다른 중소기업의 CEO들과 생각을 달리했다. 게임의 규칙은 바뀐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보통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눈앞의 현금을 택할 때, 그는 거인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도전하고, 혁신하고, 정면승부를 걸었다. 결국 무모해보였던 1억 달러 목표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아이리버, 길을 잃다

 

   한 때 전세계 매출 1위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매출 1위 그 이상이었던 아이리버였다. 미국 젊은이들이 2000년대 초 가장 갖고 싶어 하던, 갖고 싶어 안달하던 제품이 바로 ‘아이리버’였다. 그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진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가격이나 제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당시의 중학생이던 나도 같은 반 친구를 둘러보면, 반 정도가 아이리버 MP3를 손에 쥐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이리버는 끝까지 굴지의 기업으로 자리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강력한 상대인 애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완전히 MP3라는 개념을 새로 새운 회사였다. 아이리버는 발 빠르게 혁신을 했어야 했지만 아이리버는 완전히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책에서는 혁신의 적은 관성이라고 말했다. 아이리버는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장의 추는 애플에게 기울었다. 아이리버는 적이 아닌 내부의 거인에 의해 무너졌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다. 애플이 잠식해오는 시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실패의 요인이자 한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패도 의미가 있는 실패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리버는 이미 대기업이 아니고선 크게 성공하기 힘든 한국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이었다. 그리고 애플과의 경쟁은 아이리버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이리버는 당시 MP3만을 파는 회사였는데 iPod에 완전히 밀리니 그 어떤 것으로도 손실을 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애플의 가격파괴는 삼성에서 싼값에 플래시메모리를 공급받아서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엄청난 글로벌 아웃소싱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가격을 인하할 여지를 상당히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싸움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애플 타도를 외치며 대대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설 때, 설사 애플을 타도하지 못하더라도 선두그룹에서 2등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2그룹 업체들과는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산이었다. 1등이 가격을 무기로 나온 상황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2등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임이었다. 일반적으로 2등은 가격을 무기로 싸우는데 1등이 가격을 무기로 사용하니 2등은 설 땅이 없었다. 아이리버가 그랬듯이 애플이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든 것이었다.

 

 

거인과 싸우는 법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만이 아니다. 대표 양덕준의 지도력 또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거인과 싸우는 법>의 그 방법은 바로 ‘양덕준 대표와 같은 리더가 되어보자.’ 인 것 같기도 하다.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일하면, 나도 일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리더”, “돈보다 직원을 소중하게 여긴 CEO”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회사의 분위기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하기 위해 스스로 출근 시간을 늦추고 머리를 염색했다고 한다. 역시 아무나 혁신적인 기업을 창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인인 애플과 싸우는 건 작은 거인이었던 아이리버에는 대단한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로 도전이고 다음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존재가 아니었냐고 생각한다. 비록 아이리버는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결과는 예상하지 못하고 성공과 실패를 예상하지 못한다. 아이리버는 꿈을 꿀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성공한 셈이다. 아이리버는 양덕준 대표와 그 동료들과 함께 꿈을 키워갔기 때문이다. 양덕준 대표뿐만 아니라 그 회사 직원들 모두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꿈을 공유하면서 그 꿈을 향해 달려갔으니 그 자체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양덕준 대표는 이 책을 집필하던 당시에 홍콩에서 요양 중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건강을 되찾으면 다시 일하고 싶은 꿈이 있고 그의 주변엔 양덕준 대표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면 기꺼이 함께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나에게도 이렇게 매력적이고 순수한 사람을 만나 같이 일할 기회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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