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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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저자-
최근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 에서 최강록이라는 요리사가 우승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즌 1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다시 도전해 끝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는 과정, 어딘가 인간적이고 따뜻한 태도, 그리고 그 성격이 그대로 스며든 듯한 요리들. 그는 매번 익숙해 보이지만 한 끗이 다른, 분명히 훌륭한 맛을 보여주었다.
내가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 셰프라기보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고 그걸로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감동했다. 나 역시 관심이 커졌고, 몇 개월 전 그가 출판한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바로 읽었다.
책에는 요리에 관한 내용도 많지만, 읽는 내내 더 크게 남은 것은 ‘아버지 최강록’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가 다른 방송에서 딸을 떠올리며 다짐한 말로 코로나 시기의 슬럼프를 버텨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생은 너다. 너를 위해.”
이 배경을 안고 책을 읽다 보니 내 감상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최강록은 먹는다는 경험이 주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즐거움을 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먹는다는 것은 입안에 맛있는 음식을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에 만족스러운 시간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인 것 같다.”
우리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아침을 거르더라도, 식사 한 번에 한 시간씩만 잡아도 하루에 두 시간은 먹는 일에 쓴다. 그 시간에는 단순히 영양을 채우는 식사도 있지만, 한입 한입이 즐거워서 그 순간 자체가 기억으로 남는 식사도 있다. 책 속의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먹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모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내 안에서 펼칠 수 있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모험. 입안의 소소한 어드벤처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이 사주시던 짜장면을 넘어, 내 돈으로 유산슬과 라조기를 사 먹기 시작했을 때다. 처음 겪는 맛이 열어젖힌 세계는 생각보다 넓었다. ‘이런 맛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쌓일수록 더 먹어보고 싶어졌고, 그 마음은 꽤나 모험적이었다. 내가 갈 수 있는 맛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새로운 맛을 탐구하고 음미하고 평가하는 즐거움도 함께 자랐다.
“요즘에는 아직 어린 우리 아이에게 내가 먹었던 음식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경험에서 나온 지혜를 전달하는 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음식도 결국은 부모의 교육인데, 나도 짜장면을 가르쳐버리고 말았네. 너도 이제 한국인이구나.”
모험의 경험이 쌓이면, 어디에 가면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어떤 맛이었는지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일종의 모험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최강록은 그 모험담을 하나뿐인 딸에게 온전히 전해주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 역시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유난히 먹는 기억이 많이 따라온다. 짜장면, 경양식 돈까스, 분홍 소시지 같은 것들. 맛은 이상하게도 기억의 힘이 더해지면 그 맛은 실제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곤 한다. 우리 가족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는데 매주 일요일 아침에 먹던 ‘갱시기’다. 멸치 육수에 김치, 콩나물, 라면, 밥 등을 넣어 끓이는 경상도 음식이라 대부분에게는 낯설지 모른다. 지금도 종종 부모님 댁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고 나면, 늘 마무리로 엄마가 갱시기를 끓여준다. 그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나태한 일요일 아침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그때마다 음식이 주는 추억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그래서 내가 부모님에게서 받은 좋은 기억들을, 언젠가 나도 내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당장은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아빠가 음식 얘기를 자주 해줬다는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어릴 적 들었던 음식 이야기가 훗날 스스로 떠나는 맛의 모험에서 오래된 지도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욕심이 하나 더 생긴다. 나도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맛의 모험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과는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그 오래 갈 여정을 대비하려면 결국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는 이로운 잡념도 따라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최강록이라는 사람이 더 좋아졌다. 그는 요리사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존경받을 만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언젠가 아이가 생긴다면, 힘든 순간마다 그가 읊었던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도 이번 생은 너다.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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