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는 친구와 같이 겪었던 경험에 대해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얘기할 때 서로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던 경험이 한 번쯤 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일으킬 수 있는 놀라운 착각들에 대한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실험심리학과 인지심리학에 기대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겪는 인지적 오류들을 재미있는 실험들과 다양한 연구 자료를 통하여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불완전한 우리의 인지능력에 대한 한계를 6가지 착각으로 분류하여 상세하고 설명하고,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는지 알려준다.
6가지의 착각에는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6가지의 일상적 착각은 대부분 우리의 사소한 실수로 이어지지만, 재물이나 건강 심지어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식 착각에 대해 말해 보자면,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으로 지식의 범위와 깊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가령 자전거나 변기, 지퍼 등 일상 속 사물들의 작동원리를 모르면서 안다고 믿는 것도 지식 착각에 해당한다. 자전거의 작동원리를 설명할 때 ‘페달이 바퀴를 회전시키고 그 힘으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간다.’라고 보통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페달이 바퀴를 회전시킨다가 아니라 어째서 페달이 자전거 바퀴를 회전시키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할 경우 우리가 ‘자신감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얘기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 자전거의 작동원리를 아냐고 물었을 때 어째서 페달이 바퀴를 회전시키는지에 대한 것을 물어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자신감의 착각이 아닌 ‘안다’라는 단어의 착각이 때문에 그런 답변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1999년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건물에서 행한 "투명 고릴라" 실험은 이 책의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며 인간의 시각적 주의력과 인식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주의력 착각의 가장 고전적인 연구이다. 실험 내용은 실험 참가자에게 검은 티셔츠와 흰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흰 티셔츠를 입은 팀이 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도록 한다. 그리고 동영상을 다 본 후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질문을 한다. 이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의상을 입은 여학생이 9초 동안 무대 중앙에서 가슴을 치는 퍼포먼스 후 퇴장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 중 절반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고릴라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는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 부족으로 일어나며 과학적으로는 무주의 맹시라 부른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특정 부분의 모습이나 움직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빠짐없이 주변을 챙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관심이 집중된 부분 외의 나머지 세상에는 눈이 멀어 있는 것과 같다. ‘인간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싶은 것만 믿는다.’ 라는 부분이 완고한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 못된 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본능인 셈이다. 경험하는 시각적 세계는 자신의 생각만큼 넓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인식을 하면서 조금의 노력을 한다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장막을 걷어내고, 나 자신과의 진실한 대면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고릴라 실험을 생각해낸 차브리스와 사이먼스는 무주의 맹시를 없애는 방법으로, 예상치 못한 대상이나 사건을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주변을 잘 살피라는 말이다. 일상의 착각을 이해하게 되면 직관의 한계를 알고 삶의 방식을 재정비하게 되며,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 감정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는 데 소홀한 적이 많다.
고릴라를 알아채기 위해선 패스 횟수를 세는 데 너무 집중하면 안 되듯이, 때론 내 감정에 대한 집중력을 조금 분산시키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 곧 내 행복을 얻는 길이기 때문이다.
- 이전글나의 완벽한 장례식 26.02.19
- 다음글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26.02.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