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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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 조현선 -
이 책은 ‘장례식’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달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건 죽음 자체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에 대한 질문 같았다. 사람은 꼭 끝이 가까워져야 솔직해진다고들 하는데, 이 소설 속 인물들도 그렇다. 그런데 그들이 남기는 말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거창한 유언이나 드라마 같은 고백이 아니라,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사실은 고마웠다” 같은 너무 흔해서 더 아픈 말들이다.
읽으면서 계속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저 말들이 소설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음속으로 여러 번 했던 말들이었다. 괜히 자존심 때문에 못 했던 말, 지금은 해도 될 것 같은데 또 미루고 있는 말들. 어쩌면 우리는 다들 살아 있으면서도, 언젠가를 대비하듯 그런 문장들을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죽음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데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서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 매점이라는 공간도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누군가는 회복해서 나가고, 누군가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공간. 그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니 죽음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냥 우리 일상 옆에 붙어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게 괜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이 책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이번 설에는 오랜만에 넷이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나는 그동안 부모님이랑 가는 여행보다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이 더 재밌다고 생각해왔다. 솔직히 더 잘 맞고, 더 신나니까. 그런데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오빠와 둘이 숙소랑 일정도 직접 정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식당도 예약했다. 엄마 아빠가 생각보다 더 좋아하셨다. “너희 덕에 이런 곳에도 와보네” 하면서 계속 웃으셨다. 그 모습을 보는데 괜히 마음이 찡했다. 여행 자체도 좋았지만, 부모님이 좋아해주신다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그때 처음 제대로 느낀 것 같다.
그 순간, 이 책에서 사람들이 마지막에야 꺼내는 말들이 떠올랐다. 고마웠다는 말, 미안했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나는 그동안 부모님한테 그런 말을 얼마나 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늘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잘해드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가 당연히 보장된 건 아니라는 걸 이 책이 자꾸 상기시켰다.
예전에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후회는 꼭 잘못 살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아끼기 때문에 남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랑 더 자주 여행을 못 가면, 더 좋은 곳 못 보여드리면 분명 후회하겠지. 그런데 그건 결국 내가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이런 생각을 한다. 완벽하게 잘해드리겠다는 거창한 다짐 말고, 후회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 '돈 많이 벌어서 언젠가 좋은 데 모셔가야지' 가 아니라 지금 가능한 선에서라도 한 번 더 같이 가자는 마음. 이번 여행이 그래서 더 크게 남았다.
이 책은 나한테 이런 질문을 남겼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말을 아낀다. 괜히 어색할까 봐, 쑥스러워서, 아직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그런데 이 소설은 말하지 않은 마음이 결국 남는 사람의 몫이 된다는 걸 조용히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슬픈 소설로 기억하기보다는, 조금 덜 미루고 살게 만든 책으로 기억할 것 같다. 당장 인생이 확 바뀐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님 얼굴을 보면서 ‘나중에’ 대신 ‘지금’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완벽한 장례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후회할 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이 알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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