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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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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윤
댓글 0건 조회 5,378회 작성일 19-04-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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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윤태호

 

미생은 드라마로 유명하다.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유명세에 책을 보았다. 재밌다. 글쓴이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버려진 것뿐이다.

 

2. 상대의 세력이 강하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러나 신중이 지나치면 ‘소심’이 되는 법. 그게 항시 두렵다. 허나 어디까지가 신중이고 어디까지가 소심인가.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하면 신중이 되고 실패하면 소심이 될 뿐이다.

 

나의 20대는 카이스트, 그 자체다. 학부 이후 대학원 생활을 하며 나는 조금씩 바뀌었다. 나이를 먹으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까닭일 수도 있지만 학위 과정을 거치는 지금, 이것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었고 느꼈다. 부정적인 변화 혹은 떨어져나간 나의 장점 또한 얻은 것이라 표현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중학생 정도까지 상당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성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발표 한 번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남고 시절에 변화를 겪고 대학에 와서 꽃을 피웠다.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여러 가지 성취를 얻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했다.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연구를 했다. 주 업무가 성취를 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취를 얻을만한 기회는 더욱 많아졌고 그와 비례하여 실패를 경험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나의 성취를 얻으려면 백번은 넘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생활을 시작한지 7년차에 들어간다. 과감한 시도보다는 실패를 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선택을, 통통 튀는 발랄함보다는 규격안의 온건함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실패는 끝이 없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실패의 순간 성공에게서 버려진 것일 뿐이다. 소심한 것이 아니라 신중했어야 했다.

 

3. TV에서는 꿈대로 살라고 외치는 미담자들이 득세합니다. 꿈대로 못 사는 이들은 위로받지 못하고 배려 받지 못합니다. 그저 시민, 서민, 대중으로 퉁쳐서 평가받습니다.

 

4.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이런 의문은 나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백이면 백, 세상 사람들 모두 궁금할 것이다. 각 분야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해결해주고 싶어 한다. 수 십 년 전의 절대빈곤의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하지 못할만한 말들을 태연한 모습으로 던진다. 그들 또한 깊은 사색 끝에 하는 말들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들은 말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꿈대로 살라고? 즐기면서 살라고? 다 내려놓고 제대로 놀아볼까? 라는 생각은 단 1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소심한 것인지 신중한 것인지 모를 나의 판단은 나에게 확률 싸움을 권한다. 여행을 다니거나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먹고 살 수 있을 확률이 내가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는 대기업에 가는 것보다 더 높을까? 눈앞의 미래 뿐 아니라 먼 미래의 나를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지는 신만이 알 것이지만, 그래도 난 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학창시절에 공부를 비교적 잘했다. 좋다는 대학교를 나오고 좋다는 대학원을 다닌다. 매 진로의 갈림길에서 옳다고 보이고 좋아 보이는 길을 선택했고, 선택 당했다. 그런데 ‘성공적인’ 선택들은 나에게 소시민의 길을 안내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멋진 미래를 꿈 꾸었나보다. 사실 구체적인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들과 똑같은 회사원의 모습이 마음 아픈 것을 보면...

 

TV를 보니 유시민이 나온다. 정치를 하지 않는, 않을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사람

의 에너지에는 총량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고 이제는 안온한 삶을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재의 삶이 좋단다. 그렇지만 정치를 하는 삶이 훌륭한 삶이라고 말한다. 권력욕이 강해서든 공공선을 위한 것이든, 동기가 어쨌든 정치를 한다는 것은 훌륭하다. (이 문장을 말하기 위한 설명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만을 적어놓는다.) 하지만 사람이 훌륭하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훌륭하면 좋다. 그러나 사회를 위한 개인의 훌륭함을 위해 희생하는 본인과 주변인들의 행복이 크기에 그는 지금의 판단을 내렸다. 그는 ‘그래도 했었잖아’라는 말로 현재 정치를 하지 않고 있는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렇게 일반 시민이 되었지만, 그는 지금 행복하다.

 

그렇기에 시민, 서민, 대중으로 평가받으려고 나는 오늘도 부단히 하루를 보낸다.

 

5.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6.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나의 20대를 되돌아보며 내가 한 가지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 평균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체력이 그것이다. 내 선택이긴 했지만 그것을 지원해준 나의 부모님께 감사하다. 처음 운동을 배울 때 꽤나 큰돈이 들어갔다. 선택에 대한 별도의 당부 정도만 있을 뿐 기쁜 마음으로 지원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체력이란 외피를 얻었다. 그런가보다. 나는 그들에게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자립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한 걸음을 내딛어야겠다. 나는 부모님의 자부심이겠지만, 아직은 성장하는 자부심이다. 평생, 어제보다 내일 더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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