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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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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환
댓글 0건 조회 5,209회 작성일 19-05-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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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하겠습니다 > - 이나가키 에미코

 

- 이 승 환 -

 

  

   “퇴사하겠습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말일까? 비단 퇴사뿐만 아니라 일을 하다가 힘들면 중도하차를 하고 싶은 발칙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 심정을 가진 사람을 대변하려는 것인지 혹은 포기하고 싶은 사람을 말리려는 것인지... 아직 회사에 들어가지도 않은 내가 퇴사를 상상하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 내용이 궁금했다.

 

   나이는 52살, 지천명에서 두 해를 보낸 이나가키 에미코씨는 아사히신문사에서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위원으로 있다가 돌연 퇴사를 선언한다. 30년 가까이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그녀에게 왜 퇴사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승진에서 밀려 지방으로 발령받은 후 끝이 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어릴 적부터 경쟁 사회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아사히 신문에 입사한 뒤에는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월급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가 승진과 월급에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자, 이전까지는 자신을 성장하게 해주었다고 믿었던 회사가 이제는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괴물로 느껴졌다고 한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를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는 그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퇴사’였다. 그녀는 이윽고 10년 동안 퇴사를 위한 준비를 한다. 승진에만 연연하며 회사에 의존적이던 생활습관을 버리고 스스로 즐거워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아사히 신문을 바꾸는 모임’이라는 1인 조직을 만들어 중견간부 선에서 회사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다가 원고 마감 시간을 당겨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게 만들거나, 홀대받던 지방 기자가 쓴 기사 중 좋은 기사를 뽑아 상을 주며 더 재미있는 신문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에미코씨는 승진과 월급에 매달리지 않을 때 비로소 회사 일이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자신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지금 예정대로 회사원의 삶을 끝내고, 또 다른 꿈을 찾아가고 있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이, 혹은 후배들이 오늘부터는 상사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과거에 부하로서 가르치고 질책하던 상대가, 이번에는 내 원고를 고치고 기획을 좌초시키곤 합니다. 그런 것들을 아주 태연하게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겨우 손에 넣은 기자로서의 자립고, 그림의 떡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나는 태연히 견딜 자신이 없었습니다.』

 

   에미코씨는 회사생활을 할 때 동료에게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내야 하는 강박관념이나 여성 기자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남자들 이상의 실적을 보여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경력을 쌓고 경험치를 올려도 점점 커졌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실력이 쌓이고 후배를 손가락으로 부릴 수 있는 베테랑이 되면 자유롭고 편해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고, 중년기에 접어든 사원으로서 회사의 ‘선별’대상이 되면 인사이동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이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정말 회사 때문에 불행하십니까?

 

   주위를 둘러봐도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은 고민에 빠져있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수없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답을 구하려 애쓴다. 그 본질에는 회사의 노예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서 행복해지길 원하는 것 같다. 회사는 분명 착취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닌데, 그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불안에 시달린다. 그들이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단지 ‘회사원’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오래전 한 달간 다녀온 인턴 생활을 곰곰이 되짚어봤을 때 많은 직장인을 볼 수 있었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 회사에 다니는 사람, 직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틈만 나면 이직을 계획 중인 사람 등 회사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가 맡은 일을 정말로 재미있어하며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닥거리는 사람을 정말 많이 봤다.

 

   도덕책에서나 봤던 좀 지루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기서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본 것 같다. “나는 지구를 깨끗하게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하며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이야기처럼 자기 일을 생계용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소명의식을 갖은 사람은 인생이 행복해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매일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행복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인생 아닐까?

   다시 에미코씨의 이야기로 돌아와 그녀가 퇴사한 이후에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연금 및 보험 혜택에서도 제한을 받는 일까지 새로운 문제를 직면한 그녀는 새로운 상념에 빠진다. 자유를 찾아 회사를 뛰쳐나왔더니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궤변론자의 연설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퇴사 후에 느낀점을 쓴 에세이라지만, 자신의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작은 새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뛰쳐나왔지만, 밖은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이었고, 제 행동을 합리화하며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약 그녀가 그날 주어진 하루를 감사할 줄 알았다면 회사, 일 그리고 나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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