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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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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5,189회 작성일 19-05-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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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가끔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루하루가 너무 단조롭다, 라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왜 필요한 지도 모를 일을 하면서 퇴근만을 기다리다가 맥주 한 캔으로 무의미한 하루를 달랜다나. 다행스럽게도(?) 하루하루가 새로운 것밖에 없는 대학원 초년생인 나는 크게 공감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나도 종종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詩)의 가슴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살을 붙여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는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지도 몰랐다.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 때에는 따뜻한 단어로 이불을 짜서 덮어주고, 좋은 일에는 오래 갈 수 있도록 화려한 단어의 방부제를 뿌려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동경심에서 나오는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정신이 없는 요즘, 좋아하는 카페 안에서 자리 잡고 앉을 수 있는 어느 운 좋은 날에는 글을 읽겠노라고 다짐하곤 한다. 이 소중한 시간을 풍요롭게 맞이하는 것에는 한 편의 서사가 있는 글도 좋지만, 가끔은 별개의 에피소드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한 산문집도 읽기 괜찮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오히려 후자에 더 가깝다. 매 순간, 단조로운 것 같은 하루에서 사실은 우리는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아파하며, 행복한 와중에 마음 한구석이 쓰라린 때도 만난다. 마치 구분구적법에서 한 구획을 나누듯 인생의 매우 짤막한 순간을 포착한다고 해도, 그 속에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시간의 대부분을 담아내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마모되기 쉬워서, 그때 바로 어딘가로 옮겨 담지 않으면 곧 휘발하고 말테니.


내가 나에게 도달하는 순간, 눈빛은 살아나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나게 하니까. 

생의 애착을 담은 눈빛은 명료한 빛과도 같아서 절망 속에서도 우리를 연명하게 한다. 

- 본문 中

 

 이 책은, 요약하면 ‘순간의 기록’이다. 작가가 시 한 줄을 적어 내려갈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작가가 만난 수많은 순간을 포착해서 적어놓은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진동하는, 작가가 만났던 따뜻한 사람 냄새가 서리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나지만, 가끔은 이병률 작가처럼 돌아다니면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 그렇지만, 나라는 인간은 특히 결핍된 것이 많기에 더더욱 그런 것일 게다. 뭔가를 혼자서 하는 것이 편할 때가 많으면서도, 정작 혼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 그것이 연구든, 휴식이든, 아니면 사랑이든.

 

“사람은 원래 약하고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어. 

그건 왜 그런가 하면 그 상태로부터 뭐든 하라고,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적당히 만들어 놓은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약한 게 싫거나 힘에 부치는 게 싫은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는 몇몇 순간을 만나는 거지.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나.” 

- 본문 中

 

 “나는 사랑합니다, 계절을, 계절의 냄새들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이병률 작가가 책의 첫머리에 친필로 쓴 문구이다. 문득 생각하곤 한다. 나 같은 부족함 많은 사람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매년 똑같지만 다른 계절이 돌아오고, 그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한 헤어진다. 잊고 잊히는 것을 반복한다. 그 와중에도 결국에는 남아서 내 옆에서 나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때로는 내 아픔을 위로해주는 내 소중한 사람들. 익숙함에 속지 않고 한결같은 그들에게서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그러한 시의 가슴을 품은 내가 될 수 있기를.


 이 글의 마지막을 작성하는 지금은 카페 안에서 앉아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다. 문장을 마무리하고 나면, 또 다른 글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에 조금은 행복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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