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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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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243회 작성일 19-04-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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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읽는 시간_문요한

 

## 1

   얼마 전 주말이었다. 전날 무리 안하고 일찍 잠에 들어서일까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피곤하지 모르는, 평일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몸이 가벼운 그런 날이었다. 일이 있어 서울로 나가는 길에 광역버스를 이용했다. 사람도 얼마 없어서 여유 있게 자리를 잡아 동영상을 보며 나갔다.

 

   몇 정거장 지나고 나서일까.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타기 시작했다. 그 때 일부 사람들이 내 앞에서 서서가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선생님이 보였다. 나이도 많지 않아보였고, 흰머리도 없었으며, 딱히 짐이 있다거나 어딘가 불편해보이지도 않았다. 자리를 꼭 비켜드리지 않아도 아 내가 죄책감은 없겠구나 딱 그런 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반응해서 빠르게 자리를 비켰다. 마치 자리를 바꾸기로 약속이라도 돼 있던 것처럼.

 

   통로에 서서 다시 폰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짐이 많았다거나, 졸린 상태였거나, 혹은 바쁜 일 때문에 지친 상태였다면 과연 내가 자리를 비켰을까. 만약 그랬다면 난 앉아있음에 감사하며 내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양보는 어디까지나 그 주체자의 선의에서 나오는 배려다. 의무와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말로 몸이 불편해 보이시지도 않았다. 꼭 내가 자리를 비켜드려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자리를 양보한 이유는 아마 체력적 혹은 정신적인 여유가 컸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고 여유가 있다 보니 배려할 대상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만 보였던 나의 시선이 남과 사회로까지 넓어진 것이다. 가끔 스스로에게 작은 것부터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마음에 여유가 없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때가 별로 없어서 남을 배려할 마음을 쉽게 내지 못한다. 타인의 중병보다 일하다 베인 내 손의 통증에 더 민감한 게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은 것부터 나누다보면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꼭 큰사람이 되어야만 사회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사람이 되면 이러한 일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난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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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같은 날 서울 내 지하철. 나는 지하철에 앉아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앉아봐야 구석자리 정도인데, 마침 구석이 비어 자리에 앉았다. 똑같이 한 정거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한 어르신이 보였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첫인상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그간의 내 머릿속 빅데이터를 참조하자면 ‘욕심 많은 부잣집 사람’ 정도였다. 막 정이 가지 않는 인상이었다.

 

   똑같이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조금 뒤 내리신다고 사양하셨지만, 그럼 조금이라도 앉아가시라고 자리를 드리고 한 쪽 문에 기대섰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누군가 등을 쳐 돌아보니 아까 자리를 비켜드린 분이었다. 본인의 빈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신 뒤 급하게 지하철에서 내리셨다.

 

   그 말씀을 하실 때의 선생님의 환한 표정과 그 상황은 앞서 나의 생각을 너무 부끄럽게 만들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내 첫인상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르신들은 비교적 육체적으로 움직임이 더디기 때문에 지하철의 문의 열리고 닫힘에 민감하시다. 그 와중에 반대편까지 오셔서 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선 내가 느낀 욕심이란 느낄 수 없었다 (죄송하니까 제발 부잣집 주인이셨으면 좋겠다). 어떠한 고정관념을 가졌다는 것과 첫인상으로 많은 것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많이 부끄러웠다. 만약 내가 배려를 하지 않았다면 그 분은 나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단순히 지하철에서 만난 그저 인상 좋지 않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이 밖의 인간관계에서도 내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정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긴 시간이 흐를수록 그 변화의 대상과 정도는 더 넓어지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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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사람도, 그 사회도 내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나를 보는 눈도, 태도도 달라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도 이런 데에서 나온다. 결국 모든 것은 다 나에게 달려있다. 나다운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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