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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집 사슴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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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섭
댓글 0건 조회 5,416회 작성일 19-04-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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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집 사슴 – 백석

 

이규섭

 

 

나는 소설과 가까웠던 만큼, 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시에는 높은 진입 장벽이 있었다. 짧기 때문에 다채롭고, 직관적이지 못하며, 내용이 아닌 부분에서 승부를 보았다. 말은 이야기였던 나에게, 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결국에 추상화였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제외하고 내가 아는 시가 또 무엇이 있던가. 어디선가 보았을지 모르겠다. 하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운 시들은 머릿속에 남아 있다. 교과서의 수많은 시들 중에 정지용의 <호수>는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이 너무 커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고요하고 차분한 심상은 짧은 토막 글과 함께 쉽게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누군가가 ‘제일의 아해’를 기억하고, 누군가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억하고, 누군가가 ‘별 하나에 추억’을 기억하고, 누군가가 ‘껍데기는 가라’를 기억하고, 누군가가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기를 기억할 것이다. 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시를 통째로 암기하지 못해도 우리는 시가 그렸던 이미지를 쉽사리 잊지 못한다. 주입식 교육이 우리의 상상력을 마비시킨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소한의 교육과정 덕분에 우리는 가슴속에 시의 파편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어째선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석을 말했다. 이제는 유명해진 길상사 사연의 그 백석이다. 해방 이전 최고의 시인이었던 그의 시를 아는 바가 없음에 나는 조금 아쉬웠다. 윤동주가 그토록 좋아했다던 그의 시집을 펼쳤다. 딱 보아도 유명할 법한, 조금은 편안한 문장의 몇몇 시들을 제외하면 두세 줄짜리 난해한 시가 나를 마주했다. 옛말들과 방언이 머리를 혼잡하게 하여 꽤나 자주 주석을 뒤적이며 보아야 했지만, 그가 그리는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는 마을의 것들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그 추억을 더듬는다.

 

모닥불 -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때로는 음식을, 때로는 물건을, 풍경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읊조리며 하나하나의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그를 따라 나도 자꾸만 읊조리다 보면. 어려운 표현이 주는 난해함이 걷어지고, 낯선 문법이 주는 당혹스러움이 사라지고, 단어가 꽂아버리는 강한 이미지들이 옅어지면. 그러면 시 까막눈이 내 머릿속에도 조금은 풍경이 보인다. 조금은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는 운율이 있다. 대구법이니 하는 구조적인 운율만이 아니라 언어와 단어의 운율이다. 시에는 시어가 있다. 별은 별이어서는 안되고, 껍데기는 껍데기가 아니고, 땅은 땅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모르더라도 그것들을 통해 하나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시는 함축된 언어이고 정제된 언어다.

  시대는 낭만을 잃어가고 있다고들 말한다. 삭막한 자신의 삶에 회의가 들 때면, 현대인들도 가끔은 여유를 찾아 나선다.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조금 누그러진 풍경들을 느끼고 있노라면 차분해지는 머리와 살아나 꿈틀대는 감정을 낭만이라 부르려 한다. 그러나 낭만이 여유에서 오는 것이라면, 이토록 효율적인 행위가 낭만을 다시금 찾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보다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 예전보다 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지고, 예전보다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는 과거를 넘어서는 직접체험의 장을 살아가고 있고, 이를 초월하는 간접체험의 기회가 제공되는 영역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낭만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읽는 텍스트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시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문학이 될 거라고 헛된 기대를 했었더란다. 허나 가사만 남고 시는 사라지고 있다.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다. 언어의 제 기능이 정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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