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 짐 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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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어릴 때부터 나는 줄곧 부모님의 하나님을 맹목적으로 믿어왔다. 부모님께서 워낙 그들의 신앙에 대해 진지하셨고, 심지어 아버지는 목사님이셨기에, 나에게는 기독교인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나는 그동안 의심 한번 해본적 없던 나의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지니고 있던 의문은 "기독교인 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린시절 친구들이 내게 종교를 물어보면 나는 곧잘 "나는 교회를 다닌다"는 식으로 답을 했었다. "기독교이다"도 아니고 "예수를 믿는다"도 아닌 "교회를 다닌다"라는 말로 나의 종교를 설명했다는 것은, 내게 기독교인이란 그저 "매주 일요일에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일차원적인 인식이 박혀있던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학창시절 나의 친구 중에는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 아이들도 학교에서 자신의 기독교인 됨을 드러내지 않았고, 드러낼 의사도 없었다. 모든 것이 다 평범한 학생과 다를바 없지만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사춘기 시절 내가 기독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기된 계기는 선교사로 니카라과에 가겠다 결심한 부모님에게 있다. 분명 한국에서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나의 부모님에게 도대체 종교가 무엇이고 믿음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무모하고도 위험한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인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비단 나의 부모님뿐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아버지께서 사주신 책 속에서 등장한 수 많은 선교사들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젊은과 인생을 바치고, 심지어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곤 했다. 도대체 예수가 뭐길래... 그리고 그가 무엇을 가르쳤기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희생했던 것일까? 예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아생전에 무엇을 선포하고 다녔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자신의 사역을 시작할 때 가장 처음으로 했던 말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말이었고, 이를 짐 윌리스는 예수가 회심을 선포했다고 말한다. 성경에 기록된 회심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인생이라는 길의 방향을 세상의 다른 가치들로부터 하나님에게로 돌리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을 택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회심의 본질적인 의미다. 예수는 그렇게 회심을 외치며 다녔고,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 추종자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정말로 예수를 따라다니는 삶의 택해 앞으로 나아갔다. 예수가 외쳤던 회심은 개인의 삶의 방식의 변화로 국한되지 않는다. 회심을 한 개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 공동체가 기존의 공동체들과 다른 방향의 가치를 추구하고 다른 문화를 이루어가는 것이 예수가 선포한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말의 의미다. 결국 기독교인이 된다는 말의 의미는 그 사람이 평생을 두고 추구할 가치가 바뀌는 것이고, 또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 형성하는 문화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기독교인들은 수많은 문화를 바꾸어갔다. 고대 문명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질서와 판이하게 다른 기독교의 가치들 - 성별과 인종과 신분을 초월한 평등, 이득 계산 없이 순수하게 주고 섬기는 사랑, 부유한 사람이 나누고 가난한 사람이 채워지는 경제관념 등 - 은 권력을 지닌 지배층과 충돌을 일으켰고, 그 결과 콘스탄티노플의 재임 전까지 기독교는 로마에서 가장 잔인하고 부자비한 방법으로 탄압을 받았다. 최근에 본 영화 '바울'을 통해, 당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죽임을 당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로마시대 이후에도 기독교는 노예제 폐지와 경제 정의, 여권신장 등 억압된 자들을 자유롭게 하는 역사적인 변화 속에 자신들의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현재의 기독교는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짐 윌리스가 바라보는 미국 기독교 사회는 그러지 못하다. 미국은 국민 70 퍼센트가 자신을 기독교인을 말하는 일명 '기독교 국가' 이지만, 정작 미국 사회속에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적인 가치와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종차별 문제, 극심한 빈부격차, 향락주의, 테러에 대한 불안감 등 미국이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다른 종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여타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짐 윌리스는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구별되지 않은 이유를 그들이 '회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는 잘 출석하고 성경은 읽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돈, 명예,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버리지 못하고 입으로만 사랑, 평등, 정의를 외치는 회심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가난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자신의 부를 나누어줘야한다. 진정한 평등을 이루고자 한다면 윗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하대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의 정의를 외치기 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불법적인 행위들과 권모술수를 포기해야한다.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삶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그것들은 오직 진정한 회심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짐 윌리스가 말한 미국 기독교인들의 모습과 한국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나가 자신의 부와 성공과 자식의 진학을 위해 기도한다. 교회에서 세상적인 가치를 얻기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회심한 기독교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학교와 직장 속에 섞여 들어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 평이한 삶을 살아간다. 사실 나 스스로도 밥 먹기 전에 감사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기독교인이라는 특징이 드러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짐 윌리스의 회심을 읽으면서 사춘기 시절 내가 씨름했던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한번 고민해본다. 나는 진정으로 회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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