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자유로울 것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신성원
댓글 0건 조회 5,340회 작성일 19-05-01 16:25

본문

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모두가 다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사람의 성격은 입체적이어서 여러가지 측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한 사람의 성격 안에 혼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기저에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뭔가를 주장하는 편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다는 것을 맞춰주는 것이 편한 편이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내 모습이고, 나만의 것을 고를 때에는 스스로의 기준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한 단적인 예로 옷을 고를 때 내 모습을 들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옷들을 이렇게 저렇게 매치해보기도 하고, 용돈을 모아서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주로 옷 사는데 투자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이 샀던 옷들이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옷에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한 디테일이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았다. 그런 옷들은 1년이고 옷장에 박혀 있다가 짐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내 손에 의해 버려졌다.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옷들은 맘에 쏙 들어서 가지고 있는 거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불행히도 대답은 No이다.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드는 옷은 없다. 사실 이제 거의 포기해서 그냥 입고 다닌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들 중에는 이런 게 많다. 시계, 자동차, 스피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고 보니 흔히들 말하는 돈 들어가는 취미는 다 관심있어 하는 것 같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돈을 더 많이 투자할수록 옷도, 시계도, 차도, 스피커도 더 좋아지는 데 너가 그만큼의 돈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물건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하다. 돈을 투자하면 확실히 멋있고 예쁜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알지만 그 정도의 돈을 투자할 마음은 한창 빠져있던 때에는 물론 지금도 없다고. 참 다행히도 나는 돈 쓰는데 있어서 그 정도 이성은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다른 축의 문제이기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망을 포기하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해야 한다’라는 흔히 듣는 겸손한 말은 맞지 않다. 행복과 욕망은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하기에 둘을 혼동하거나 섞지 말고, 갈라놓은 뒤 저마다의 방식으로 충족하면 된다.


고로 욕망을 채우는 것은 지금 생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고, 돈으로 안된다면 시간을 투자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기타였다. ‘왜 하필 기타?’ 라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제일 쉬우니까. 처음 학원을 등록하고 한 학기 정도 다닌 것 같다. 처음 배우는 것이니까 당연히 실력이 늘기도 했고, 선생님한테는 ‘너는 주말에 딴 거 안하고 기타만 치니?’ 라는 비꼬는 것 같은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실력이 늘어갈수록 나는 내가 내는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곡의 난이도는 올라가는데 내가 내는 기본적인 소리들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었지만, 나는 프로 기타리스트가 될 생각이 없었기에 그만 두었다.


편하고 익숙한 것들을 넘어 조금씩이라도 새로 도전하거나 무리하지 않는다면 현상 유지는 될지 몰라도 실력이 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라고 단정 짓던 그 수준을 스스로의 힘으로 뛰어넘어야 한다.


물론 작가가 얘기하는 바를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괜히 글로 한번 더 읽으니 더 찔렸다. 기타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에는 여러가지 후보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는 중이다. 미술관에 혼자 가서 뭔지도 모르는 작품들을 보기도 하고, 생전 가본 적도 없는 영어 회화 학원을 내 돈 내고 다녀 보기도 했다. 운동을 해보자 해서,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어 보기도 하고 연구실 선배를 따라서 달리기도 잠깐 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학원을 한번 다녀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자유란 무엇일까

내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일을 내 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 나와 내 인생 사이에 아무런 모순이 없기에 명료하고 맑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것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내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 자유가 안겨주는 기쁨일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의 유년 시절이 나에게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미 나라는 사람의 취향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려고 이렇게 여러가지 펼쳐 놓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참 다행이고, 이게 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이런 시간들을 거쳐 작가가 말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내 현재의 바람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