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음악가
페이지 정보

본문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백 지 희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가지 직업(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번다는 의미로서의 직업)만 가져본 나로서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언제나 궁금하다. 특히 그것이 나의 현재 직업과 동떨어져있을 땐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음악가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책이었다. 엄청나게 유명한 메이저리그의 음악가 말고 인디음악가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직업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SK그룹 신입사원 멘토로 갔던 작년 7월이 떠올랐다. 그때 어떤 멘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직업으로서의 반도체 엔지니어는 어떤가요?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매년 바쁜 시기가 정해져있나요?
나는 이 일을 8년을 넘게 했는데도 저 친구 질문에 선뜻 구체적이고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이에게 구체적으로 묘사해본 적도 없고, 이미 많은 업무들이 내가 있는 직업군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들이어서 보편적인 언어로 바꿔서 설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꼈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전혀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잘 이해될 수 있게 속속들이 이 직업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음악가들이 보내는 1년은 어떠한지, 수익은 어떻게 창출되고 있는지, 공연의 셋 리스트는 어떻게 구성되고 공연 직전에 긴장은 어떻게 푸는지. 앨범이 녹음되는 순서는 어떤지 어떻게 녹음되고 어떻게 믹싱 되는지.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왜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는지 설명한 부분이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꿈은 옷을 갈아입는다."
작가의 원래 꿈은 발명가여서 어렸을 적 방바닥에 누워 기발한 발명품을 궁리하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의 꿈이었던 발명가도 지금의 자기 직업인 싱어송라이터와 통하는 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래도 큰 범주에서는 소리로 작동하는 정교한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엔 그 꿈이 영화감독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왔고 한동안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왔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음악 공모 안내를 보았고 영화를 찍던 캠코더로 녹음한 곡이 선정되어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나의 학창시절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봤다. 뚜렷이 떠오르진 않지만 막연하게 사회가 발전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이 꿈이 나에게 다양한 직업군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넓은 의미에서 나의 학창시절 꿈과 공통의 범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직업군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큰 의미에서의 방향성은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어린아이에게 뭘 하고 싶은지 직업으로 골라보라는 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계속 옷을 갈아입는 꿈이 뭔지를 자신이 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작가 개인에게 작업이 어떤 의미인지를 서술하는 대목이었다.
----------------
p. 164
하루쯤 작업을 안 한다고 몸이 아프거나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업을 못 한 날에는 작업이란 것이 내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한마디로 그것은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한 소절이라도 썼다면 좀 놀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모처럼 눈이 벌게지도록 녹음을 하고 왔다 해도 그다지 기분 나쁜 피로감이 아니다. 하지만 별 성과 없이 하루해가 질 때면 그처럼 허망한 것이 없다.
-----------------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서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꼈다. 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매일 하느냐 매일 하지 않느냐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한다. 프로는 매일을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조금이라도 진행해나간다. 그러려면 그 일에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며 늘 생각하고 지내야 한다. 나는 과연 내 직업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이 작가가 2017년 콜라보 씨의 일일이라는 앨범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해서 유튜브로 이 노래를 찾아 들어봤다. 놀랍게도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 목소리였다. 글을 읽으면서도 멋부리지 않고 담백한 문체로 솔직하게 꼭꼭 눌러쓴 작업노트 같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래도 그렇다. 담백하고 정직한 보컬로 부르셔서 노래를 듣는 내내 이 책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 이전글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19.03.30
- 다음글인생을 탐구하는 수업 19.03.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