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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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이클 샌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세상에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시장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되며 경제적 가치보다 우선되어야 할 윤리에 대하여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돈으로 점점 더 많은 것을 팔거나 구매한다. 이 책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비단 미국과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자본주의의 쓰나미에 잠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에서는 6,250달러를 지불하면 대리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50만 달러만 있으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다. 심지어 기업들은 대기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기도 한다.
내가 대학생 때의 일이었다. 날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대학생의 신분은 굉장히 자유로웠다. 갓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에 처음 들어온 신입생이었기에 그 해방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스스로 충당해야 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직접 벌어야 했다. 과외와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만으로는 기숙사비와 생활비 모두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애까지 시작했던 시기였기에 늘 돈에 대해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 날 같은 과의 친구가 좋은 돈벌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학교의 의과대학에서 약물 테스트를 위한 피실험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보증기간이 끝난 약물을 일정 기간 동안 맞고 그 경과를 테스트하는 일이었다. 약물 종류와 투여 기간에 따라서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을 준다는 그 돈벌이는 가난한 대학생에게 달콤한 유혹이었다. 자조적인 말로 우리는 그것을 ‘마루타 아르바이트’라고 불렀다. 돈을 벌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의과대학에 가서 각종 신체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루타 아르바이트’의 진행 일정이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 시간과 매번 맞지 않아서 할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 시간이 맞았다면 피실험자가 되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돈이 필요했던 대학생에게 이러한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의 건강보다는 당장의 눈 앞의 일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건강까지도 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일까.
풍족하지 않았던 대학생의 시간은 나를 강하고 독하게 만들었다. 결핍은 간절함을 낳았다. 스스로 벌어야 하는 스무 살의 대학생은 따뜻한 둥지 안에서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만 해야 했던 고등학생 시절과는 달랐다. 이러한 역경들은 나를 채찍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간과 돈이 낭비되는 술자리도 거의 가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국영수나 전자과의 전공과목 같은 학문적인 것들만 배웠을 따름이었다. 그때의 나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회사에 가서 성실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일 년이 채 되지도 않아 깨져버렸다. 대기업에 들어갔을 때의 연봉을 아무리 계산해보아도 서울에 그럴듯한 집 한 채를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자수성가를 한 사람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자기개발서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해서 수많은 자기개발서를 읽어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난한 아빠’로 등장하는 자신의 아버지와 ‘부자 아빠’로 등장하는 친구 아버지의 대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을 이해하는 자가 게임에서 승리하듯이, 자본주의의 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이 자본을 획득할 수 있다. 그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을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자본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본가가 되어 ‘마르크스의 노동시간’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인생은 얼마나 달콤한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내가 기존에 가졌던 이상과 가치를 깨어버리는 것들이었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책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자본가의 마인드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자본가의 마인드는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만, 사람을 보수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힘 없는 사람의 편에서 살아야겠다는 나의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대출을 이용해서 부동산을 사고 최소한의 내 자금을 투입해서 별도의 노동을 들이지 않으면서 매달 수입을 주는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에서 혹은 장학재단에서 받았던 돈으로 지금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기에 세금을 잘 내야겠다는 나의 다짐과는 다르게, 그는 법인을 세워서라도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말한다. 돈이 돈을 낳는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간과 노동력을 구매하여 더 큰 잉여자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왜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지,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왜 돈이 많은 부자들이 보수를 지지하는지에 대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왔다. 자본을 이용해서 자본을 버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욕했던, 과거의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와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가의 마인드와 보수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소득보다 자산의 성장 속도가 빠른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정답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진보를 추구한다는 정당 정치인들의 행보도 본보기가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보자 중 몇 명도 부동산 투기 때문에 줄줄이 떨어지지 않았던가. 진보를 소리 높이는 그들조차도 자본주의의 논리에 빠져서 땅을 투자하고 건물을 사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 진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매우 의문이다. 그들이 매번 정치적으로 죽 쑤는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중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들은 말로는 시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평범한 시민들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지 않았는가. 그러면서도 진보의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비단 정치인 뿐이겠는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본인이 가진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의 대표 노조라는 현대-기아 자동차의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기 위해서 진보라는 이름을 팔고 있는 모습은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보수로 표를 던지는 부자들과 하등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고 힘이 없다고 그 사람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자신의 이익을 내어주더라도 그것으로 세상이 조금 더 발전한다면 기꺼이 그럴 수 있는 것이 진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러한 이상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외칠 수 있으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까.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은 내 가치관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부자가 되는 법은 아직까지는 배우지 못했지만, 이러한 고민들이 나를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부자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면 아직까지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모여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 그리고 양심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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