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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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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성원
댓글 0건 조회 5,765회 작성일 19-02-03 16:42

본문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이 책의 저자인 사무엘 베케트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작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연극의 대본과 같은 형식으로 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대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다림

 이 소설에서는 두 청년이 고도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과정이 주로 그려져 있다. 이들은 오늘 올지 내일 올지 알 수 없는 ‘고도’라는 이를 기다리는데, 이 때 저자는 ‘고도’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무엇인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고도’는 독자에게 있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유나 희망 같은 이상을 뜻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먹을 양식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작품의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느낌을 받는 나로서는 ‘고도’를 속박으로부터 또는 어떤 부자유로부터의 해방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대

 앞서 말했듯이 내가 느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헛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덜 떨어진다. 한마디로 우스꽝스럽다. 그럼에도 작품의 저변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어두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극의 내용이 진행되는 무대에서 찾을 수 있다.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초라한 언덕에 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 이 작품의 무대이다. 어떤 것도 의지할 수 없고, 무에 가까운 무대 장치에서 등장 인물들의 애처로운 몸짓은 한 층 더 불안해 보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인물

 극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인물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책에는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 포조, 럭키의 네 사람만이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극이 전개되지만, 대화 자체에서는 사실 어떠한 의미나 인과관계 등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서로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이 극은 등장 인물의 갈등과 그 해결이라는 전통적인 소설이나 극의 형식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비평가 마틴 에슐린의 평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겉보기엔 덤앤더머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이 웃음을 주기 위한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은 허상이요. 단 하나의 주제를 위한 배경에 불과하다.’


 ‘고도’라는 이와의 기약없는 약속을 기다리는 이들. 결국 작가는 이 기다림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추상적이고 잡을 수 없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인물 간의 관계를 없애고 존재만을 계속해서 주장함으로서 기다림에 대한 객관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얼마 전 방문한 미술관에서 본 작품이 생각났다. 쩡판즈라는 화가의 강산이 이토록 아름다우니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어지러운 선들로 인해 무엇을 표현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한 두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산 속 저 너머로 이어지는 빛 줄기가 길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케트와 쩡판즈의 작품 모두 우리에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요구한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고 때로는 거기에 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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