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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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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478회 작성일 19-02-04 12:37

본문

만들어진 진실

원제 : Truth

헥터 맥도날드 저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 지식을 폭 넓게 접할 수 있다.

- 인터넷 때문에 잘못된 정보와 증오의 메시지가 훨씬 더 빨리 확산된다.

 이 두 문장은 모두 진실이다. 모든 현상에는 하나 이상의 진실이 존재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을 편집하고 유통하며 또 소비한다. 진실은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기도, 군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도,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하기도 한다. 반면 오해를 낳기도 폭력과 불신, 그리고 혐오를 낳기도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가짜 뉴스들이 판치는 때에도 오직 현상은 하나이지만 각자의 정치적 이념과 기업의 이윤, 국가 차원에서의 결정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실은 편집되고 왜곡되고 또 감추어졌다.

 

     아마 5공화국 시절 프로야구가 국내에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 것이다. 민주화를 꿈꾸는 국민들의 열망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가 세력이 충돌하는 이 시절, 인기 대중 스포츠의 도입은 대중들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함이라는 것 또한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던 내 또래 사람들이라도 정치와 사회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 것이다. 남아공의 굽타 가문이 예로부터 축적해 온 부를 바탕으로 국가를 주무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를 막기 위해 영국의 홍보 회사 벨포틴 저에게 물타기 프로젝트를 지시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진실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민감한 문제였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자 국민들은 서로 헐뜯고 싸우기 바빴으며 어느새 굽타 가문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까맣게 잊혀 갔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략가란 투자 유치나 혁신을 준비 중인 기업, 기관의 의뢰를 받아 그 조직의 역사, 철학, 비전을 편집, 가공해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저자는 에릭손, 에킨스 등 다국적 통신, 기술, 헬스케어 기업과 영국, 프랑스 정부 기관 및 비영리 단체의 혁신 프로그램을 설계한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전략가다. 그는 진실을 가공하는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 역사, 통계 등 사회 곳곳에서 ‘팩트’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진실이 편집되고 왜곡되는지 목격하게 된다. 만들어진 진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진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회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한입 크기의 정보를 원한다. 십 수개의 문단으로 구성된 긴 글이 아니라 SNS로 받아보는 한 줄 내지는 한 문단의 진실. 너무나도 위험한 것은 이 짧은 글로 써진 하나의 진실은 관점에 따라 하나의 현상을 아흔 아홉 개의 다른 방향으로 오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한복판을 미친 듯이 뛰어가는 흑인 남성을 도망자로도, 도둑으로도, 빌딩 공사판에서 떨어지는 낙하물로부터 행인을 대피시키려는 착한 사람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가공된 진실의 힘이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네 가지 진실을 만난다. 첫 번째는 부분적인 진실이다.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거의 대다수의 발언은 현상 전체를 올곧게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주제에서도 복잡성이 있다는 점,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 두 번째는 주관적인 진실이다. 우리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구축되어 온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 도덕성들은 하나의 현상을 제각기 다른 진실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 번째는 인위적인 진실이다. 이는 언어가 가지는 유연성으로 생겨나는 ‘오차범위’인데 쉽게 말해서 자신의 목적에 맞추어 새롭게 정의되는, 새롭게 명명되는 진실이다. 인간은 통화, 회사, 정치, 브랜드 등 추상적인 것을 추상적이지않게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산물들이 진실임과 동시에 진실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결정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을 선택한다. 시간이 흐른 후 진실이 밝혀지기 전 우리는 가장 가능성 높은 거짓 진실을 믿고 또 믿으려 한다.

 

     연일 복잡하고 많아지는 뉴스 중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정보는 깊어지기 보다는 짧아지고 이미지화되며 자극적이게 된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현실의 큰 그림은 결코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뉴욕 한복판을 달리는 흑인에 대한 현상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공된 수 많은 진실들에 귀 기울였을 때 그 현상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인가 읽거나 보고 침묵했다면 암묵적인 동의일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오도자 내지는 오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자신만의 올바른 기준을 갖고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수집되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와 기타 힘 있는 기관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더 많은 사회적 산물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이용해 우리가 별로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내 삶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은 사회적 산물은 인위적 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자들은 현상을 바탕으로 진실을 창조하는 정보 생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비록 연구 윤리, 책임 정신 등 많은 도덕적 교육을 받아온 우리들이지만 현상 오보, 오도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쏟아지는 가공된 진실의 늪에서 다양한 관점을 배제한 현상에 집중하기 위해 견문을 넓히고 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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