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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잊으면 - 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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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333회 작성일 19-03-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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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잊으면

-       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

 

문학 소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경우엔 소설 안의 세계를 이해를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등장 인물의 행동, 대사와 같은 표면적인 서술이 모여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더해갈수록 인물들의 행동이 공감되기 시작한다. 이 때 작품의 세계관 또한 공감에 도움을 준다.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이 갖는 힘일 것이다.


하지만 단편 소설의 경우엔 등장 인물이나 세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단편의 형식은 보통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 전후 내용은 상상에 맡기는 형태가 많다. 많은 단편을 읽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간 경험해온 단편은 나로선 너무 난해해서 전체가 그려지지 않는다거나 너무 시시해서 무게감 없이 읽히는 그런 단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단편집 <내가 그대를 잊으면>은 적당한 무게감을 두면서도 전체의 내용, 주인공의 캐릭터를 상상하기 수월했다. 하나의 장면만을 다루면서도 작품의 세계를 예상 해볼 수 있는 여러 단서를 적합하게 배열해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 <내가 그대를 잊으면>은 도시로 떠나는 마을 청년에게 젊은 아가씨가 느끼는 사랑의 환상에 대해 잘 표현해 놓았다. 그냥 사랑이 아닌, 10대의 나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첫사랑의 몽환에 대해 굉장히 정확하게 표현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자신의 도벽을 어쩌지 못하는 한 학생 <힐다>에 대해서도 도둑질의 심리에 대해 정확히 파고든다. 수록된 단편들이 표현한 미묘한 감정선은 대부분이 인생을 살면서 겪는 것들이다.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말할 순 없는 추상적인 감정을 문학을 통해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엄청난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단편들이 작가 ‘트루먼 커포티’가 10대 이던 시절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11살 무렵, 나는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 그는 작가로서의 능력을 연마하기 위해 10대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10대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익숙한 이방인> (여기서 이방인은 저승사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에서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린 노인이 찰나에 느끼는 긴장과 공포, 혼란과 후회에 대해 포착하려 한 그의 시도는 참으로 대단하다. 이런 능력은 재능과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섬세한 문체가 재능이라면 세계에 대한 관찰은 노력에 해당한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불안함과 같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관찰 말이다.


한 작가의 삶에서 어느 작품부터 진정한 작가로 인정을 받는지 결정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그 기점 이후의 작품은 훌륭하고, 그 이전의 작품들은 미숙하다고 치부해버릴 것도 아니다. 역시나 중요한것은 세상의 평가와는 별개로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자세다. 이미 세상을 달리한 작가지만, 그의 어린 시절 작품들은 여전히 뜨거운 야망으로 불타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읽히며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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