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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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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원
댓글 0건 조회 5,658회 작성일 19-02-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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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 안시내


 2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여행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위해, 혹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얻기 위함이 바로 그 이유인 것 같다. 여행에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로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 안시내는 여행은 연애와 같아서 그 여행지를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느끼는 아픔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군대생활을 정리하던 말년병장 시절, 10년간 만났던 연인과 아픈 이별을 경험하고, 많이 방황도 했었다. 10년간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을 찾고 싶은 마음에 전역 후, 홀로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해외로는 처음 떠나보는 여행이기에 두려움이 컸지만, 가지 않으면 내가 고장 날 것만 같은 마음이었다. 항공편과 숙소만 예약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여행하는 동안은 스마트폰을 챙기지 않고, 카메라하나만을 손에 쥐고 철저히 혼자인 상황으로 여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살아 돌아온 것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7월의 한 여름이었지만 선선하던 인터라켄에서의 아침공기를 맞으며 하염없이 걷고, 산을 바라봤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멍하니 앉아서 지난 기억들을 되새겨보던 시간이다. '군대까지 전역한 마당에 이렇게 슬퍼만하고 있을 것인가?', '아픈 과거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었는가?', '이제부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한국에서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 과제, 취업, 학점 등 여러 문제들이 내 머릿속을 뒤덮어서 충분한 결론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들리는 곳,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던 그 곳이었기에 나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들 '유럽병'이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에 다녀온 여행객이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을 말한다. 나 역시 한 달 정도는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여행의 여운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유럽병' 덕분에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했던 미래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간 시절에서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부시절 혼자인 내가 힘들 때, 공부하기 싫을 때, 유럽에 있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은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잠시 유럽으로 도피시켜주고, 그때의 생각을 통해 나를 좀 더 채찍질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부모님은 마냥 어려보이기만 했던 집안의 막내아들이 걱정되어 혼자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통해 진짜 얻고자 했던 것은 용기였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귀여운 막내아들로만 남아서는 독립을 앞둔 내게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아 보였다. 성장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고, 여행을 통해 얻은 용기를 통해 나는 나아갔다. 무사히 돌아온 뒤로는 부모님께서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시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어야한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앞으로 더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겠지만 나는 용기 있고, 소신 있게 나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때,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도 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3주 만에 고추장을 먹으면서 나왔던 웃음은 한국음식을 오랜만에 먹어서였는지, 용기 내어 떠났던 여행이 무사히 끝났기 때문인지 그때는 잘 몰랐지만,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앞으로 맞이할 선택을 위해 필요한 용기를 얻고자 나는 곧 다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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