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엔 맹금류 -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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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엔 맹금류
- 황정은 -
2014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가 헤어진 연인 ‘제희’를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했던 수목원 나들이 중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폐암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제희’ 아버지의 바람으로 가게 된 수목원 나들이를 주인공인 ‘나’가 따라가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제희’의 가족들과 친해지기 위해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들이 내내 그들의 행동에 이해하지 못하며 어울리지 못한다. 특히, ‘제희’의 가족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냄새나는 계곡에 내려가는 것을 보며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이후에 계곡 상류에 맹금류 축사가 있는 것을 알고는 계곡에서 했던 가족들의 행동에 대해 혐오감까지 느끼며 그 혐오감을 공개적으로 제희의 가족들에게 표현하기에 이른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
결국, 주인공으로 인해 나들이는 좋지 않게 끝나고 주인공과 ‘제희의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제희’는 헤어지고 주인공은 제3자와 결혼하게 된다.
독자인 내가 생각했을 때, 주인공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나’의 입장에서 ‘제희 가족들’이 일부러 출입이 금지된 수목원 내의 계곡에 들어가 관리인에게 핀잔을 듣는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나’에게는 불편하고 창피함으로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이러한 불편함과 혐오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야 했을까? 자신과 다르고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사회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조건이라면, 누구도 타인의 삶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과 인생 경험이 서로 다르고 그렇게 살아올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 ‘나’와 달리 ‘제희’와 ‘제희의 가족들’은 곗돈 사기로 인한 큰 빚으로 억울하게 가난을 대물림받은 인물들이다. 포기하거나 도망갈 수도 있었던 힘든 상황에서도 그들은 힘을 합쳐 어려움에 맞서며 더욱 끈끈한 가족 유대관계를 형성한 인물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제희’의 아버지까지 수술로 인해 병상 생활을 하는 바람에 나들이는 꿈도 못 꾸었던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온 그들에게 나들이는 그 이상으로 소중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계곡물이 똥물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주인공의 공개적인 불편함과 비난의 말이 모처럼 만에 찾아온 그들의 행복을 깨뜨리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3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서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셨다. 더욱이, 할머니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결혼한 뒤부터는 오랜 세월을 혼자 사셨다. 그래서 내 기억에 할아버지는 더러웠던 집과 담배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러한 할아버지가 창피했다. 어린 맘에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모른척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오면 할아버지는 내색하지 않고 아픈 몸으로 밥도 지어주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제희’와 ‘제희 가족들’이고 어렸을 때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나’가 아니었을까? 성인이 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가 할아버지를 모른 체하던 날에 할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께 정말 미안하다. 성치 않은 몸으로 아버지와 고모를 혼자 키우신 할아버지의 삶을 부모님 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나는 평생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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