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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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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5,615회 작성일 18-11-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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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 입문> - S. 프로이트

    얼마전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하며 서로의 삶의 목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중, 그 친구가 칼 융과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다. 평소에 익히 들었던 선인들이기에 칼 융을 좋아한다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원래는 칼 융의 저서를 찾았으나, 검색하다 보니 칼 융의 이론이 프로이트의 초기 사상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아 보여, 우선 프로이트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다 보니 프로이트의 사상에 동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외로 비판적인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았다. 아마 그의 후기 사상에서 보이는 성관념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칼 융이 프로이트와 멀어지게 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니, 무척 흥미가 동했다. 요즘 들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는 세상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던 차였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믿기에, 최대한 편견 없이 프로이트의 사상을 탐독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미 여러 비판문들을 봐 버렸기에 중립을 유지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고른 책이 프로이트의 전체적 사상을 모두 포괄하는 그의 정신분석학 강의의 번역본이고, 각각의 주제에서 다루는 내용을 머리로 소화시키기에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기에 아직 완전히 탐독을 끝내지는 못한 상태이다. 꿈의 해석에 관한 그의 이론까지 현재 커버한 상태인데, 이 부분만으로도 그가 가진 사상의 핵심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선 인상 깊었던 것은 여느 고전들과는 사뭇 달리, 그의 이론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 사례와 논리적 추론에 기초를 두었다는 점이다. 근대시대의 신경병리학 의사라는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그가 내세웠던 사례들, 이 경우에는 그가 접하였던 여러 노이로제 환자들의 꿈 데이터인데, 그것들이 과연 모든 사람들의 꿈과 동일한 특질을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꿈을 해석함에 있어 그가 제시한 이론들은 결국 그가 가진 꿈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을 찾고 그것을 일반화 시키는 과정인 것인데, 그것을 위해 사용한 데이터가 과연 일반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은 저서 안에서 부족한 느낌이었다. 꿈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상이고, 매일 밤 잠을 잘 때 종종 겪는 일이기에, 그 전체 데이터의 크기는 가히 무한에 가까울 것이다. 일부의 사례가 모집단을 대변할 수 있기에는 그 모집단의 크기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 실험을 하다 보면 비편향된 데이터를 얻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기에, 프로이트가 사용한 꿈 데이터들이 정말 비편향된 것인가 라는 의문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꿈에 작용은 결국 원망 해소라는 그의 이론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깨어 있는 동안에 발생한 욕구를 꿈을 통해서 해소하는 경험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복권에 당첨된다던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본다던가 하는 등의 꿈 등에는 충족시킬 수 없는 현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서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나도 깨어있는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꿈에서 반복되거나 혹은 변형된 어떤 형태로 나타났던 경험을 자주 해 보았기에, 심정적으로 위와 같은 해석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프로이트가 주장한 태고적 성관념, 성적욕구에 관해서는 당황스러운 측면이 크다. 갓 태어난 신생아와 영유아들은 아직 사회적으로 형성된 도덕적 관념/성관념의 억압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비도덕적이고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여러 성관념들을 신생아/영유아들은 가지고 있고,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갓 태어난 아이들이 성욕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지만, 책에서는 그렇다고 단정한다. 그렇다고 가정하고 보더라도 역시나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있다. 신생아/영유아 들에게는 종의 한계, 근친상간의 한계, 동성애의 한계 등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억압에 의해 억제된 이러한 욕구들이 잠재의식에 존재하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문득 꿈으로써 원망 해소 (이 경우에는 욕구 해소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듯 하지만) 의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지 않을까 싶다. 신생아/영유아들의 생리학적 욕구가 사회적 관념으로 형성된 성인들의 성관념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신생아/영유아들이 그러한 욕구를 태고적부터 가지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프로이트는 모든 신생아들은 가장 이기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다음으로 사랑하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념을 학습하며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아기가 부모를 사랑하는 이유는 부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고 돌봐주기 때문이라는 의미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이 가진 숭고한 본성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배반된다. 신생아/영유아 시절의 억제된 욕구가 잠재의식에 남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이유와 기작으로 성인의 꿈에 발현되는 것인지 역시 모호하다. 초기의 가정으로부터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중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재의식과 꿈, 그리고 깨어있는 지각 상태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 역시 일부는 그럴 듯 하였고, 일부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주장을 읽으며 내가 정립한 그의 사상은 이렇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개인적, 사회적, 혹은 그 어떠한 이유로 받은 억압은 해소할 수 없는 욕망으로 남게 되고, 이러한 욕망들은 잠재의식에 남아있다. 잠재의식에 남은 욕망의 해소 창구는 꿈인데, 이 때 욕망이 있는 그대로 투영되지 않고 왜곡, 치환 등의 모호성이 더해져 꿈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꿈은 매우 단편적이고 모호한 것이다. 여러 기법을 통해 꿈의 단편을 힌트로 하여 본래의 잠재의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신분석학 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잠재의식이 순수하게 욕망 바구니라고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면서 생기는 억압된 욕구들이 본인은 사라졌다고 느낄지라도 사실 그저 망각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전혀 떠올리지 않는 어떠한 것이나 경험이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떠오르거나 혹은 어떠한 계기를 받으면 떠올려 지는 것처럼,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사실은 욕구가 어딘가에 잊혀진채 남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잠이라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내부의 심적 자극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책에서는 심적 자극을 외부 자극과 마찬가지로 보고, 꿈을 통해 심적 자극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인지하지 못한 욕망들을 떠올리게도 할 것 같다. 다만, 프로이트의 주장은 잠재의식 이라는 것을 마치 또 다른 자아처럼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이다. 마치 모든 사람들은 숨은 이중 인격이라는 것과도 같아 보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잠재의식이라는 것을 나의 자아가 의도적으로 망각 상태에 둔 휴지통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마치 PC 윈도우에서 안쓰는 파일을 휴지통으로 보냈다가, 나중에 필요해지면 다시 복원시켜서 쓰는 것처럼.

현재까지 읽은 부분에서 받은 또 하나의 느낌은, 그의 논리적 전개 방법은 마음에 들지만, 근거를 들어 사용하는 재료들은 솔직히 불만이다. 많은 경우 논거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관용어구이다. 언어가 문화를 반영하고 인간의 습성을 대변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과학적인 근거로써 효력을 얼마나 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언어학이나 인문학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인 희망은 생물학적 기작등과 같은 보다 직접적이고 이해가능하고, 무엇보다 재현 가능한 근거를 찾으면 더 좋지 싶다. 이론의 가치 및 진실성과 별개로 그가 사용한 근거 자료들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1900년 초반에 나온 이론이고 현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어느 정도의 위상에 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꿈에 대한 그의 이론과 잠재의식에 대한 고찰은 흥미로운 주제이다. 현재의 뇌과학 기술로 과연 잠재의식이라는 것이 실존하는 자아인지 확인해볼 수는 없을까? 사람의 꿈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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