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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606회 작성일 18-11-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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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


담론 – 신영복

 

       모르는 분야를 처음 접하면 둘 중 하나다. 새로운 지식에 재미를 느끼거나 불필요하다면 또 다시 외면하거나. 그래서 새로운 특정 분야에 대한 입문서를 고르는 일은 중요하다. 신영복 선생님의 첫 입문서는 <강의>로 정했었지만 모임에서의 지정도서인지라 <담론>을 먼저 접한다. 결과만 보자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마 <강의>를 먼저 읽었더라면 모든 고전을 저자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그 사고에 갇혔을 것이다.

 

       담론은 두 부로 나누어져 동양고전과 사람에 대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동양고전에 대한 이해라고는 예전 철학모임에서 간간히 읽던 책의 고사나 일화에 그쳤던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고전에 대한 인식 자체를 새로 잡았다. 물론 읽기가 녹록하진 않았다. 어려운 말과 이해되지 않는 해석들은 여러 차례 이 책을 책상위에 내팽개쳐진 논문과 함께하게 했다. 하지만 지루할만하면 이해될만한 일화가 나오고, 동양고전에만 국한되지 않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만한 박식한 이야기에 다시 빠져들곤 했다.

 

       동양고전을 다룬 1부에서는 초사,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시경, 주역의 일화들은 모두 나에게 새로운 것이었고, 이 중 압권은 <주역>이었다. 옛날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손가락으로 괘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했다는 것도 신기했고, 노인들의 정서를 관계중심이라고 서술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을 개인으로 보다 못해 심지어 하나의 숫자로 상대하는 세태를 꼬집는 부분도 좋았다. 옛 분들의 인간적이고 선한 정이 그리워진다.

 

       2부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수형 생활 속에서 겪은 일화, 소회, 깨달음을 들려준다. 저자에게 감옥은 단순히 육체적인 구속에 불과한 듯했다. 전직이 목수였던 분이 집을 설계할 때 주춧돌부터 고려하는 것을 보고, 다름은 인식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변화로 이어져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족한 수도 때문에 각 방에서 수도꼭지를 감추어 두고 있다며 자본주의를 꼬집기도 한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구절이라기보다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다. 녹취를 옮겨놓았지만 강의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관계에 대한 끈을 연결하여 성찰을 촉구하게끔 한다. 이 또한 강요가 아닌 깨달음을 전달한다. 공감과 위로는 둘째하고 그릇된 것을 비판하고 옳은 길을 안내하는 스승의 면모를 떠오르게 한다.

 

       스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걸까.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다. 스승이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모델링이 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시대 1인 다역을 맡은 우리 각자도 본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태어난다. 본 책이 가는 길에 동행하여 가끔씩은 새로운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해 나갈지 생각이 깊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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