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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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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주
댓글 0건 조회 5,907회 작성일 18-11-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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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한국사 - 문영

 

인간이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사실은 숨기려는 본능이 있다. 또는, 자신의 과거를 과대포장하거나 허세를 부리면서 왜곡하기도 한다. 국가라는 집단도 마찬가지다. 일본처럼 명분 없는 전쟁이니, 학살이니 같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과거의 사실은 부정하거나 숨기려고 하고, 중국처럼 영토의 지배나 문화적 우월성과 문명의 시발점에 대하여는 본인들이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대부분의 국가가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역사적 정통성’에 주권과 맞물려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고, 문화를 만들고 체제를 수립하였다. 이는 역사적인 사실이며, 우리나라가 이 땅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마땅하다.”

 

라고 말이다.

 

문제는 역사적 사실에 의거하여 정통성과 주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입맛과 지향점에 맞게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정통성을 꾸며낸다는 점이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이 대표적인 역사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두가지 경우 모두 한국의 고대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려고 하거나, 은근슬쩍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본인들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실적인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국가적인 차원이나 민간적인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자칭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중국과 일본의 역사주권 위협과 식민사관에 맞서서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찾아야 한다고 부르짖으면서 대중을 선동하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시작과 끝은 위서 ‘환단고기’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대륙을 비롯한 중국의 고대사는 한민족의 고대사였으며, 삼국은 원래 대륙에 있었고, 우리 조상들은 그 증거를 세계 곳곳에 남겨두었다.”

 

물론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이나 주류사학에서 철저하게 부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유사역사학자들은 주류사학을 향해서 ‘식민사관’이니 ‘중화사대주의’니 같은 공격을 하면서, 자신들은 ‘민족적인’ 사학을 추구하며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되찾아주겠다고 역사를 잘 모르는 정치인이나 대중들을 현혹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족적’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들이나 정치인들에게는 참 매력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고조선이 대륙을 지배했다느니, 백제가 중국에 있었다느니 하는 주장들이 잘 먹힌다는 것이다. 더하여, 식민사관에 물든 역사에서 참된 역사로 일깨워준다는 것은 관심을 끌만한 일이기도 하다. 기성 주류 사학에서 주장하는 모든 것이 완전하지 않고 일부 의문점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맹목적으로 편향된 관점을 대중과 정치인들에게 주입하고 그릇된 역사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사역사학자들은 처음부터 대중들에게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허황된 말을 늘어놓으면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존 학설에서 의견이 분분한 내용부터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역사를 교모하게 왜곡시킨다.

 

조선에 대한 무조건 적인 음모론 및 폄하와 왜곡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로 예송논쟁에 대한 시각이다. 흔한 시각으로 상복 몇 년 입는거 가지고 쓸데없이 정쟁이나 벌이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왕도 사대부의 일부냐 아니면 왕은 특수한 계급이냐를 놓고 사상적으로 다투던 서인과 남인의 주도권 싸움이었다. 국가 경영 철학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예송을 대표적으로 토론을 벌인 것이고, 나아가서 예송논쟁은 인조-효종-현종으로 이어지는 왕위가 정당성이 있는지를 논쟁하는 것으로서 당대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왜냐하면 소현세자의 아들들이 버젓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둘째인 효종이 즉위한 것은, 성리학이 중시하는 장자계승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조선 후기의 혼란과 현대 정치의 세력도는 노론과 영남에서부터 이어져 왔다는 ‘노론 음모설’이 대표적이다. 흔히들 효종이 노론에게 독살당하고, 숙종과 영조가 노론에게 휘둘리고, 사도세자가 노론 때문에 모함을 받아 뒤주에 갇혀 죽고, 정조가 노론을 제어하려다가 실패하고 노론 벽파 때문에 세도정치가 시작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상은 다음과 같다. 효종은 종기치료가 잘못되어 과다출혈로 사망, 숙종과 영조는 5번의 환국을 통하여 노론을 완전히 제어하고 친위세력으로 만들었으며, 사도세자의 죽음은 아버지 영조의 의지가 가장 컸으며, 세도 정치가 시작된 것은 정조가 당쟁을 타파하겠다고 척신들을 키워낸 것이 (노론 시파) 후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 후기 정치 상황에 대한 대중의 부족한 인식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세도정치 때문에 조선이 망했는데 이건 노론 때문이다.” 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더하여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가 겹치면서, 노론은 국왕의 개혁을 방해한 수구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된다. 이런 시각을 현대에 대통령과 국회로 가져오면, 현재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 더 황당한 것은 노론의 식민사관과 친일의 행적이 영남의 정치 지형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인데, 웃긴 것은 조선시대 당시 영남은 퇴계 이황의 사상을 중심으로 모인 남인들의 기반이었다. 더구나 영조 시절의 이인좌의 난으로 소론완론과 함께 남인들이 박살이 나면서 정치의 주도권은 완전히 경기도 일대의 양반가문들이 쥐게 되었다. 현재 영호남의 정치 지형이 달라진 이유는 3당합당으로 생긴 보수의 압도적인 우세 때문이지, 무슨 노론이 옛날부터 집권하여 그 잔재가 이어져 온 것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영토적인 문제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대표적으로 고려의 동북 9성 만주설과 조선의 간도 지배라고 볼 수 있다. 동북 9성의 위치를 두만강 이북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려의 강역을 은근슬쩍 북쪽으로 올리는 주장을 한다.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은 두만강이 아니라 토문강이며, 간도는 원래 우리가 지배하고 있던 영토이니 중국에게서 반환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토 확장과 수복에 대한 민족주의적 주장으로 대중들을 현혹하면서 역사 왜곡을 버젓히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다음과 같은데, 동북 9성의 위치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통적으로 함경도 일대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토문강 국경설은 청나라와 조선 관리들이 두만강 지류를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대충 이 하천이 두만강이겠지 하면서 푯말을 박았다가 나중에 잘못 박은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조금만 기록을 찾아서 비교해보면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주장만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고대 영토를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입맛에 맛는 주장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별 다른 비판 없이 수용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감정으로 역사를 읽는 사람들이나 대중 매체에 대한 비판력이 떨어지는 사람들 사이에 수용되는 것이다. 결국 감정적 피해망상적인 민족주의와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치즘과 다름없는 논리를 펴게 되는 것이다. 일본, 중국의 역사 왜곡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똑같이 왜곡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이런 점에 반박하려고 하면 한민족의 위대한 참역사를 왜곡하고 감추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없는 역사도 만들어 본인들 역사라고 우기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고구려는 한때 대륙을 지배했었다.”

“백제는 대륙에 있었다.”

“조선 등은 우리가 대륙을 잃게 만들고 중국에 사대하게 만든 원흉 중에 원흉이다.”

 

이처럼 본인들 입맛에 맞는 편향되고 배타적인 역사관을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한민족 고대사 연구 비슷한 단체에서 홍보물을 나누어 주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다. 홍보물의 내용은 주류 사학계에 왜곡된 한국의 고대사를 바로 잡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민족이 건국한 최초의 국가는 고조선 이전의 환국이다. 환국은 유라시아 대륙 전반을 지배하는 대제국이었다. 고대 중동의 수메르 문명의 정체도 환국 12연방 중 일부인 ‘수밀이국’이다. 한글의 기원은 기원전 22세기에 만들어진 고조선의 ‘가림토 문자’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문자다.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는 중국 대륙에 있었다. 청의 건국자 누르하치는 신라의 후예다. 누르하치의 성이 아이신지오로(애신각라·愛新覺羅)인데,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식민사학의 후예들이 한국의 역사학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식민사학의 후예들이 한민족의 위대함을 숨기고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

 

민족을 되찾자고 부르짖는데, 웃기게도 민족주의는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 된 사상이다. 과거에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고, 그저 국가가 바뀌면 소속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동아시아의 경우 국경선이 유럽보다 훨씬 정적이어서 국경선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 간에 동질 의식이 짙은 것뿐이었다. 삼국시대만 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인에 대한 정체성만 있었지 한민족이라는 동질 의식은 없었다. 하나의 민족으로 의식이 단결된 계기는 몽골의 침입으로 전국토가 유린당하면서 고려라는 국가에 소속된 구성원들의 의식이 뭉쳤기 때문이지, 민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이런 비뚤어진 민족주의는 자칫 국가주의, 나아가서 배타적인 전체주의로 진화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나치와 일제가 세계대전 기간에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잘 알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KAIST 내부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심취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존재 한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교묘한 역사 비틀기에 무비판적인 수용을 하고 맹신한다는 것은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판타지 같은 내용에 매달리고 극단적이 되는 것이 인간이 가지는 본성이라고 하지만,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사람들이 유사역사학자들의 선동에 놀아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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