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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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 줄리안 반스
소설 <시대의 소음>은 스탈린의 독재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의 한 천재 작곡가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강렬했던 3번의 비극의 시기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음악을 작곡했다는 이유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살았다. 매일 밤 가방을 챙겨 엘리베이터에 앉아 쪽잠을 청하는 이유는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소비에트 비밀경찰들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내내 불안함이 가득했다. 약 600명의 작가, 예술가, 작곡가를 수용소로 보낸 이른바 피의 숙청이라는 고비를 어떻게는 넘겼지만 이번에는 스탈린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라고 강요 받게 된다.
스탈린은 드미트리예비치가 만든 막심 3부작에 경탄을 표했다. (중략---) 드미트리예비치는 가망 없는 실패자가 아니며 적절히 지도를 받기만 한다면 명쾌하고 사실주의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최고위층의 견해였다.
그의 두번째 시련은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찾아온다.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소련은 사회주의 음악의 우월함을 미국에 알리기 위해 그를 문화사절단 역할로 이용하고자 한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난하라고 강요 받는 상황에 놓인 그의 마음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려간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과 음악을 지켜야만 했다. 몇번의 고비 속에서 내가 느낀 드미트리예비치는 영광이나 안전을 위해 체제와 타협한 인물이 아니라 갈등 안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저항이 소극적이며 가끔은 체제에 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예술가로 창작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념은 포기하지 않는 아주 어렵고 험난한 삶을 살았던 그의 삶을 함부로 폄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슬픈 사실은 우리가 그를 존경하는 시선과는 무관하게, 정작 그의 인생은 평생을 갈등과 고통 속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에 전설의 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영화를 보았다. 퀸이 보여주고 싶었던 예술을 상업성과 이데올로기를 따져가며 금지하는 음반사 때문에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는 고통받는다. 화려한 퀸과 처량한 인간 프레디 머큐리의 간극은 선명했다.
가능성만으로 살아가는 삶을 지속하기엔 굳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가능성만을 엿보며 스스로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삶을 견디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끝내 견디지 못하기도 하고, 견디더라도 가능성으로만 끝나기도 한다. 기회가 온 이들에게는 잠깐의 봄이 찾아오기도 한다. 드미트리예비치 또한 가능성을 엿보며 굴복하다가, 그렇게 세상을 견뎌 내다가, 잠깐의 봄이 오기도 했다. 어떻든 간에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한 그의 숭고한 인생을 곱씹어보며 나도 중요한 본질을 놓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했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짧은 인용구로 이 글을 마친다.
권력층이 말을 갖게 하라. 말이 음악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 음악은 말로부터 도망간다. 그것이 음악의 목적이며, 음악의 장엄함 이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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