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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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역사는 진보하는가. 흥미로운 이 질문을 붙잡고 고민하던 중 라인홀드 니버는 이 근본적인 믿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과학 기술과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법과 정치, 사회 제도 또한 진보했다. 전제적이고 독재적인 정부에서 민주주의 정부로, 종교적 인종적 편협이 관용으로,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종교에서 자유주의적이고 회중적인 종교로 바뀌었다. 인류가 더 고등한 형태로 진화한 것처럼 사회 관습과 법률, 가치관도 확실히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그에 맞춰 사람들은 더 도덕적으로 되었고, 사회는 거의 기독교화 되었고, 교회의 과제는 지상에 하느님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연대기적 세상의 변화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조차 부와 안전 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집단은 허울 좋은 목적 아래 집요하고 교묘하게 비도덕적으로 변질된다. 이성은 충동의 주인이 되기 전까지 충동의 하수인이기 때문이라는 명제는 개인보다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 생활에서 집단 생활로 진행해갈 경우, 집단간의 공동의 지성과 목적은 항상 불완전하고 일시적이며, 집단은 그것을 맹목적이게 만드는 공동의 충동에 의지하기에 충동에 대한 이성의 비중은 점점 더 부정적이 된다. 도덕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종교를 통한 농도 짙은 선의 주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유주의적 개신교는 대체로 서구 문명의 특권 계급이 향유하는 종교이다. 사회적 불의에 의해 부패한 문명에서 사랑의 이상을 옹호하는 것이, 쓰라린 사회 경험들로 인하여 안락한 생활에 대한 감상과 환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의해 냉소적으로 비판을 받고 위선이라는 심판을 받는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고 실제로 심판을 받는 중이다. 언론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기독교의 수장 격인 목사의 범죄를 특종으로 보도하며 이율배반적인 그들의 모습을 조롱하며 사랑의 이상은 조롱의 대상만이 되고 있다. 과연 예수의 재림은 현대의 비도덕적 사회를 도덕화 시킬 수 있는가? 기독교인이지만 합리적 이성을 토대로 판단한다면 나조차 확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다만 그럴 것이고 그럴 수 있을 뿐이라는 믿음만이 있을 뿐.
사회의 도덕화를 위해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법이라는 이름의 집단적 규모로 최소한의 방어선을 치는 것이다. 도덕적 규율 수준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개인을 구속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수학적 공리만큼 당연 수준의 법 정도만 제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것을 두고 역사는 전제정치와 무정부주의 사이 그 어딘가에서 움직이며 무수히 많은 대안을 제시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니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인간 집단의 근본 관심은 강제가 없이 완전한 평화와 정의로 충만한 이상적 사회의 건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의는 있되, 그의 공동 작업이 전적으로 재앙에 빠지지 않도록 강제력이 충분히 비폭력적인 사회의 건설에 있다. 이상적 사회의 건설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조건으로 가득 찬 사회의 모습은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지식의 증가와 도덕 교육은 사회를 도덕화 시킬 수 있는가. 니버의 결론은 치밀한 사회교육이 인간의 동정심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적능력의 향상과 이성의 발달은 어느 정도 연관 관계에 있을 수는 있으나 이성의 실현 및 추구와는 관련이 없다. ‘배운 사람이 더하다’라는 말은 현대에도 통용된다. 비이성은 자기 내에서의 충동의 만족을 인정하면서도 동일한 충동이 다른 사람에게서 만족을 얻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도덕적 사회를 향한 개인 및 사회의 발전은 결국 서로를 향한 공감과 배려로 간단하게 귀결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유기적이지 못하고 기계적인 관계에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간의 책임은 커졌으나 인격적 접촉은 사라져버렸다. 윤리적 태도는 인격적 접촉과 개인 간 직접적 관계에 의존하기에 현대 사회의 도덕적 혼란은 커져간다. 사회는 영구적인 전쟁상태에 있다. 그리고 욕구를 추구하고 이타적이라 하더라도 욕망의 결정체인 인간이 모인 사회는 도덕화 될 수 없다. 나는 기독교 사회가 솔선수범하여 도덕화 되는 모습을 죽기 전에 볼 수 있는 꿈을 그린다.
내 생애 이렇게 엄청난 책은 없었다. 엄청나다라는 표현으로 밖에 책을 평가할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문장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번역서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며 책에서 눈만 전진하는 순간 아까운 한 문장의 깊은 의미를 놓친다. 비관적인 톤이지만 냉철한 이성주의자의 시각이다. 위대한 책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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