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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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함대> - 피터 W. 싱어, 오거스트 콜
책은 미-중 간의 전쟁을 상정하고 현대식 무기나 전략전술 그리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군사 지휘관들이나 전술 전문가들에게는 거의 필독서와 같이 읽히고 있다고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나로 하여금 경각심을 느끼게 한 것은 현재 진행중인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고찰이다. 제3국에 속해있는 입장으로써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저 남 일 이라고 치부하기 마련이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언론을 보더라도 미중 무역전쟁 보다는 당장 우리 눈앞에 닥친 북한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개인적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직까지는 한국 주식시장이 두 고래 싸움에 치여 영 기를 못 펴고 있다는 정도였다.
사실 전세계적 문제로 보자면 북한 문제보다도 더 큰 것은 무역전쟁이다. 중국인 당사자들에게는 직접적 문제로 다가가는 만큼 이 문제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싶다. 리샤오의 축사는 우리나라 인터넷에도 많이 돌아다닐 정도로 통렬한 자기 반성과 현재 상황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추천해 주고 싶은 글이다 – Link (번역문을 포스팅한 블로그 글이기에 언제 짤릴지 모르겠다..). 올 상반기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맞서던 중국이 최근 들어 (표면적일 지도 모르겠지만) 점차 꼬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인데, 중국의 경상수지 통계에서 대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로 비교한 것을 보니 사태의 심각성이 실제로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대미 수입 1300억 달러에 비해서 중국의 대미 수출 5000억 달러 중 이미 25% 관세가 붙은 500억에 더해 2000억 달러 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 더 나아가서는 추가 2000억 달러에 대한 제재까지. 단순 산술 싸움으로 봐도 어느 쪽이 강세인지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언론에서 조차 자국내 소시민들의 생활 패턴에 까지 변화가 일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얼마전 접했던 충격적인 기사에서는 중국내 소비자들이 아보카도를 끊고 칵테일 대신 캔맥주와 병맥주를 마신다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미국산 콩에 고율 관세가 부가되면서 두부를 먹지 않고 호주산 소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택시 대신 공유바이크를 이용하고 쇼핑몰과 나이트 클럽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당부가 돌고 있다고 한다. 중국 중산층의 소비 둔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고 한다.
미국의 국채와 회사채 보유율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이 치킨 게임을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이 미국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전 읽었던 화폐전쟁 책을 통해 약간의 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기축통화이자 세계 결산화폐인 달러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미국내 경제가 쇠락하면 달러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이는 채권국의 달러 보유고 하락을 의미한다. 더욱이 중국 입장에서는 달러 평가 절하는 곧 위안화 평가 절상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관세 부과 전쟁에 치명적일 것이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경제가 탄탄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두 고래간의 싸움을 단순히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리샤오의 글에서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미국이 단순히 경제 전쟁을 하고 있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되어 오며 세계 각국 여러 강대국들 각자의 경제 생태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과거 미국이 내세웠던 룰을 지금의 미국은 더 이상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국 보호주의의 화신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부터 이미 이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힘을 받은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자국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딱 맞다. 전세계 인터넷의 망 중립성 폐지를 기점으로 하여 앞으로 전세계의 공공재처럼 여겨졌던 여러 정서와 문화들이 재편성 될 수 있다. 대놓고 FTA를 비판하는 미국부터 하여 이러한 정세가 중국, 일본, 유럽 등 각국 자생의 시대로 접어들면 우리나라 산업 역시 재편되도록 강요 받을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주류를 이루던 산업이 일순간에 뒤엎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지경까지 이르면 더 이상 남일은 아니다. 시작은 두 고래 간의 싸움이지만 이것이 장기화 되면 우리나라라고 팝콘만 먹으며 관람하고 있을 수많은 없다. 직접적으로 체감하며 얻어맞기 전에 정세에 관심을 가지며 유기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개인 수준에서부터 시작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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