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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 오구니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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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환
댓글 0건 조회 5,761회 작성일 18-10-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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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대에는 젊은이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소위 치매는 아직까지는 노년층 환자가 많은 질병인 것 같다. 치매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질환이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될까봐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젊은 여주인공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도 여주인공은 알츠하이머로 계속해서 기억을 잃어가고 그것을 지켜보는 남자주인공의 눈시울은 마를 날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 치매는 앓고 있는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이 편하고 그것을 간호하는 주위 사람들만 고통스러운, ‘귀찮은’ 질병인 듯 하다. 그러나 치매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자기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드라마에서도 여주인공의 괴로움과 분노의 대부분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NHK 방송국 프로듀서 오구니 시로 역시 치매 전문 간병인 와다를 만나기 전까지는 치매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오구니 시로는 와다가 근무하는 치매 요양 시설을 우연찮게 방문했다가 그곳의 풍경이 자신의 상상과는 다름에 놀란다. 그는 방문 전 흔한 생각으로 치매환자들을 묶어놓거나, 돌아다니지 못하게 모든 문을 잠궈놓는 것을 상상했다. 게다가 벽에 똥을 칠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난장판인 모습의 요양원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었다.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끼리 즐겁게 요리도 만들고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한 할머니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걱정하거나 가둬놓고자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와다는 말한다. 사람에게 치매란 벌레가 달라붙어있는 것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이다. 여기서부터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아이디어가 출발하게 되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할 수 있는 음식점을 기획한 것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체력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같은 노동의 강도는 굉장한 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음식점의 운영시간은 하루 4시간으로 제한했다. 배가 고프면 금방 이성을 잃고 지치기 때문에 간식도 준비해 놔야 한다. 또한 주문은 틀릴 수 있되 그 틀리는 것이 고의는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음식점의 기획에 치매환자들을 위한 배려를 담았다.

  이 책에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 서빙을 보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치매라는 병으로 기억을 자꾸 잊어버렸지만, 그분들 역시도 젊은 날 우리와 똑같이 치열하게 삶을 산 분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갑자기 음식점에서 외출한다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알고보니 무엇을 사러 급하게 나간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돈이 들어있는 노란봉투를 꺼내 과자와 읽을 거리를 사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함에도 불구하고 그 돈이 자신이 일한 대가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보다. 그 할머니에게는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번 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소중한 행복이었던 것이다.

  이 할머니 에피소드 이외에도 다른 분들의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그러나 결국 그 에피소드를 한데로 묶어 정리하자면 결국 자기 스스로가 자기의지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었다. 치매라는 병을 앓고, 다른 이들만큼 기억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 스스로 사회에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이유는 자기가 뇌 속에 갖고 있는 생각을 자기의지로 행동을 통해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치매환자는 그것을 할 수가 없으니 더더욱 무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고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존재로 생각이 되니 더 괴로울 것이다. 게다가 정상인들 틈에서는 치매환자의 실수가 눈에 띌 수 밖에 없고, 그것은 환자들에게 수치심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는 어떠한 실수도 용인되며, 환자들도 그것에 있어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컨셉만으로 모든 치매 환자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치매환자의 정도에도 경중이 있기 때문에 그 병이 중한 환자의 경우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치매 환자의 문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나아가 고령화가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인구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존재를 찾고 사회에 어우러져 살아 갈 수 있는 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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