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 부인 - 구니키다 돗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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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평소보다 짙은 늦은 새벽,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다 보면 간혹 과거에 내가 행했던 잘못들과 실수들이 떠오르곤 한다. 문뜩 몇일전 생각없이 뱉었던 말이 친구에게 상처가 되었던 일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장난이 될거라 생각하고 던진 가벼운 농담이 친구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 것인지 친구의 애매하게 웃는 웃음 속에 뚜렷한 불쾌함이 보인다. 그 기억을 잊으려 자세를 바꾸어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소중히 여겼어야했던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버린 나태한 나의 모습이 기억난다. 부모님께서 처음 한국에 오셨을 때는 그렇게 좋았는데, 같이 지낸지 3주가 지나니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위해 개인 시간을 희생하는걸 왜 그리 아깝게 느끼는지....... 그 외에도 나의 그릇된 욕심과 집착으로 인해 일어났던 수 많은 실수들을 하나 하나 곱씹어 보며 나는 한동안 잠에 들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이스라엘 왕 다윗이 선을 행하는 자가 없으니 하나도 없다 말하지 않았는가? 세상에 완벽하는 사람은 없기에, 우리는 선한듯 보이는 순간에도 한순간의 탐욕과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하되듯이, 합당한 책임을 진 후에라면 우리는 과거의 잘못들을 모두 털어내고 새로운 오늘을 살아야만 한다. 만약 내가 과거의 죄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그로인한 죄책감이 족쇄가 되어 나의 삶을 옭아맬 것이고, 그 죄를 털어내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죄악감의 노예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기 죄 많은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첫 남편 아오키와 이혼한 후 총각과 유부남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헤어지고 반복한다. 그녀의 이름은 스기 아이코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가마쿠라 부인', '하이칼라 독부', 혹은 '본능만족주의의 챔피언'이라 부른다. 그녀의 바람기는 그칠 날이 없다. 아이코는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면 곧바로 새로운 남자를 찾고,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교회든 음악학교든, 도심이든 시골이든 가리지 않고 만남을 가진다. 심지어 그녀는 한 남자와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식을 위해 미국 보스턴으로 가다 배선장과 눈이 맞았고, 이로인해 미국에서 쫒겨나 일본으로 귀국할 때에는 감독 역할로 그녀에게 붙여인 가케이를 꼬셔 결국 그녀의 고향인 가마쿠라에서 그와 동거하게 된다.
아이코는 그녀의 첫사랑이자 첫 남편 아오키와 분명 순수한 사랑을 하였다. 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연애시절의 정열적인 사랑이 식어버렸고, 아이코는 아오키를 기존의 사랑과는 다른 부부애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에 새로운 사랑을 찾아 아오키를 떠나버리는 그릇된 선택을 하게된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아이코는 아오키를 떠난 것을 후회하였지만, 자신의 남편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그에게 돌아가지도, 새로운 사랑과 정착하지도 못하는 사랑의 방랑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 아이코가 가케이와 함께 가마쿠라에 왔을 때, 운명과 같이 아이코는 아오키를 만나게 된다.
아이코의 첫 남편 아오키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미 아이코에 근황을 알고있었다. 아오키는 아이코의 난잡한 삶에 대한 소문들을 처음 들을 때는 분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어 생각하면서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남자 갈구하는 삶을 살게 하였는지 고민을 시작한다. 아오키와 아이코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기에, 아오키가 기억하는 아이코의 사랑은 분명 순수한 것이었다. 아오키는 이미 새로운 사람과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었기에 아이코를 품을 상황도, 그럴 마음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비참한 현실을 그냥 볼 수가 없었기에, 그녀를 위해서 자신이 그녀를 먼저 용서하고, 그녀가 자신의 과거의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아오키는 아이코와 만난다. 그러고 그녀를 용서한다. 아이코는 그러한 아오키를 보며 아오키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만, 아오키는 그녀가 기대야할 곳은 가케이에게 있다 말하며 그녀를 가케이에게 돌려보낸다. 아이코가 가케이에게 돌아가면서 아오키는 진정한 자유함을 느끼면서 소설은 열린 결말로써 종막을 알린다. 소설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가케이를 향한 아이코의 발걸음이 가벼웠다함을 보아 그녀 또한 그녀 스스로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가케이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었으리라 기대한다.
아이코는 죄책감으로 수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자신의 그릇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못한 상황으로 인해 그녀는 늘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을 하지 못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스스로 죄로부터 자유하지 못할 때 아이코를 구해준 사람은 그녀가 버린 첫 남편 아오키였다. 아오키는 자신을 버린 아이코를 분노가 아닌 사랑으로 용서하고 품어주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정열적인 사랑도, 부부애도 아닌 사람을 사람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인류애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아오키의 사랑은 아이코의 죄를 덮었고 그녀를 자유롭게 함과 동시에 자신도 진정한 자유함을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서로 용서하고 용납한다. 만약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이 없다면, 한번의 실수와 잘못이 우리의 모든 관계들을 파탄낼 것이다. 당신의 주변 누군가가 당신에게 잘못을 저지를 때, 당신은 마땅히 분개하고 비난으로 대응할 수도 있고, 그럴 자격도 있지 모른다. 하지만 한번만 숨을 더 고르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서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또한 후에 당신의 잘못을 용서하고 당신을 사랑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이땅에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 베드로전서 4장 8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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