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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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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주
댓글 0건 조회 5,575회 작성일 18-10-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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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 갑질 공화국의 비밀 – 강준만

 

고성장시대가 저물고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 되면서, 모두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시대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두들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서 본다면 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던가.”

“능력이 있어야지 출세하지.”

 

이 짧은 문장 두개로 설명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대한민국은 능력주의와 대학서열화, 직업 귀천의식이 매우 강한 사회적 풍토를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승자독식주의’를 무의식중에 긍정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것은 용이 되지 못한 물고기들이 좌절과 분노, 고통과 희생, 패배감을 맛본다는 의미이다. 용이 된다는 것은 성공한다는 의미와 함께 모두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다. 즉 사회적으로 높은 계급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용이 된 물고기들은 용 중에서도 용인 용왕이 되기 위하여 다른 용들을 짓밟기 위한 다른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나고 자란 개천을 돌보게 되느냐? 그저 경쟁에 지치고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뒤돌아보지 않게 된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특징상 계층의 형성과 상호간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과 함께 계층간 이동이 힘들고 더하여 차별의식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갈등만 일어나서 이를 해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풍토는 대한민국이 갑질이 만연한 사회를 낳는 토양이 되는 것이다.

 

갑질을 당하지 않고 살기 위한 ‘그나마 쉬운’ 신분 상승의 기회는 교육을 통한 명문대 진학이라는 사회적 풍토는 10대 들을 입시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명문대를 나올수록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사회의 구조적인 결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교육정책자들은 애먼 입시제도와 사교육 문제만 건드리면서 10대들을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입시 제도를 바꾸면 대학 서열화를 완화 할 수 있다? 사교육과 수능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고교 교육을 수능 중심적인 교육으로 만드는 만악의 근원이니 학종을 강화해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발상은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은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과, 바뀐 제도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대응하는 강남의 학원가들은 돈 있는 집안의 자식들을 보다 쉽게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 또한 명문에 진학률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학교들은 내신-수상 실적을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몰아주고 있다. 용을 만들기 위하여 개천에 사는 물고기 다수를 희생시키는 구조적 결함을 심화 시키는 행위를 교육기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대학간에 비교를 통한 차별이며, 수도권와 지방, 서울과 인서울, SKY와 아닌자들 간에 서열의식이 뿌리 깊게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학 서열화를 잡겠다고 평준화니 입시 개선이니 하는 처방을 내리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대기업, 전문 직업군 (법조인, 의사, 교수 등등), 지역에(서울 등 대도시) 몰려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처방은 언발에 오줌을 누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그럼 무엇인가? 누가 정의하는가? 돈을 많이 받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더하여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이를 ‘지위 불안’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지위가 높을수록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다른 직업과 자신을 차별화 하는 ‘비교’를 하는 것이다. 명절만 되면 자식자랑에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는 사람들부터, 혼인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행위, 이를 기반으로 남들 눈치 안보고 떵떵거리면서 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재벌만 갑질을 한다고? 갑질의 기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를 내 멋대로 유린하는 것이 갑질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도 갑질이고, 1차 하청 업체가 2차 하청 업체에게 부당한 계약을 하는 것도 갑질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는다고 지잡대 다닌다고 무시하는 것도 갑질이고, 자기 자식들에게 임대아파트 아이들하고 어울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갑질이다. 결국 갑질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하여 타인을 짓밟아 버리고 용들끼리 카르텔을 형성하는 편향된 무한 경쟁 사회 시스템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경쟁해야하고 남들과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을 낳는 만악의 근원은 일자리 간에 보상과 인식에 대한 차이가 매우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에서 특수 계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지만, 사회적인 계급을 암묵적으로 나누고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하여 갑질을 일상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결국 갑질을 사라지게 하려면, 직업간의 보상의 차별을 줄이면서 귀천을 따지는 비교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즉,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개천도 살만하다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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