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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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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준하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6-10-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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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순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누구나 불행은 피하고 행복은 얻고 싶어 한다. 양귀자의 『모순』을 읽기 전까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좋은 일은 늘리고 나쁜 일은 최대한 피하는 것.

 

 소설에는 일란성 쌍둥이인, 주인공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가 나온다. 어머니는 가난하고 사건 많은 삶을 살고, 이모는 부유하고 평온한 삶을 산다. 그런데 이모는 그 평온한 결혼생활을 무덤 같았다고 표현하며 결말부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어머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사람의 온기 속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남들 눈에 불행해 보이던 삶을 당사자는 지혜롭게 헤쳐나갔고, 남들이 부러워하던 삶은 정작 그 사람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조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주인공 진진의 선택을 예상해보게 되었다. 진진 앞에는 두 남자가 있다. 김장우와 나영규. 김장우와 함께라면 계획 없고 재정적으로도 부족한 삶이지만, 그 안에서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나영규와 함께라면 매사 계획적이고 풍요로운 삶이지만, 따분하고 변화가 없으며 사랑이라기보다는 유사사랑에 가까운 감정만 남을 것이다. 나는 결혼과 사랑이 직결된다고 믿었기에, 진진이 당연히 김장우를 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모의 죽음에서 이미 '불행이 하나도 없는, 오로지 안정만 있는 삶은 오히려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러니 진진이 그 교훈을 따라 낭만이 있는 김장우 쪽으로 갈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진진은 나영규를 택했다. 처음에는 이 선택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모의 삶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고도, 왜 비슷한 종류의 안정을 다시 택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진진이 이모의 죽음에서 배운 것은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진진은 인생에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 자체가 보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배운 동시에, 행복과 불행이 둘 다 필수적이라는 것도 함께 배운다. 남들 눈에 불행했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고, 남들 눈에 행복했던 이모의 삶은 이모 자신에게 불행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행복을 얻고 불행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복과 어떤 불행을 택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이 지점에서 진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택한다. 설령 그 선택이 '무덤 속의 평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김장우와 함께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할 나영규의 안정을 택한 것이다. 어머니 곁에서 자라며 낭만과 불안을 이미 충분히 겪어본 진진에게, 이번에 필요했던 것은 낭만이 아니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안정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니, 내가 처음에 세웠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결혼을 사랑과 낭만의 완성으로만 보고, 그것이 없는 선택은 실패한 선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진진에게 결혼, 나아가 인생은 낭만이라는 행복에 더해 불행을 없앨 방법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이모의 죽음으로부터 ‘불행이 없는 삶이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에게 남은 선택은 오직, 어떤 종류의 행복과 불행을 겪으며 살아갈 것인가였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을 향해 나아가는 모순. 이 모순점이 내 삶을 발전시킬 것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이 한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진진의 선택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안정 속에 따분함이 있다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이모처럼 자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로 걸어간 것. 그것은 무모함이 아니라, 삶의 모순점을 인정하고 어떤 불행이라도 감당하겠다는 용기에 가까워 보였다.

 

 이 관점은 내가 그동안 선택을 대하던 방식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 늘 불행의 가능성이 적은 쪽, 안전해 보이는 쪽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애초에 불행이 없는 선택지는 없다면, 내가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을 선택해야 불행이 없는가"가 아닌 "나는 어떤 불행이라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가"였다. 불행을 없애려고만 하는 대신, 그 불행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나에게 남긴 질문이다. 누구나 불행은 피하고 행복은 얻고 싶어 하지만, 그 둘이 떼어낼 수 없는 한 쌍이라면, 결국 삶은 어떤 모순을 택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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