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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실을 믿는가,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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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윤서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6-10-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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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박강수 저자 -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를 접한다. 새로운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앞다투어 기사를 내놓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한다. 나 역시 뉴스를 보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접할수록 언론이 전달하는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언론사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기도 하고, 같은 발언을 두고도 어떤 부분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파장이 클 만한 사건은 언론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읽은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또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사람들의 상식으로 자리잡는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명언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 출처와 실제 의미를 추적한다. 신채호의 말로 알려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갈릴레오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처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 중 상당수는 실제 발언이라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원래의 의미가 달라진 채 전해져 왔다. 단순히 잘못 알려진 명언들을 바로잡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왜 그 말을 믿었고 어떻게 그 믿음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신채호의 명언을 다룬 부분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며, 나 역시 학창시절 여러 번 들어본 익숙한 문장이다. 그러나, 신채호가 실제로 이 문장을 남겼다는 명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신채호의 명언으로 알고 있으며,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굳이 출처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상식처럼 굳어졌다. 물론 이 말이 전달하는 교훈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잘못된 출처까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말일수록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왜곡되기 쉽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를 다룬 부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괴벨스는 나치 독일에서 선전을 주도했고, 오늘날까지 거짓과 선동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책에서는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조차 괴벨스의 실제 발언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선전과 기만을 상징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마저 잘못된 인용으로 퍼졌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나아가 괴벨스가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속였고 대중은 그저 속아 넘어갔다는 설명만으로는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대중 역시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이러한 태도가 선전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는 이유는 단순히 누군가가 거짓을 말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들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정보가 왜곡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언론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언론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의 일부만 강조하거나 중요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실제 사건과 다른 인상을 받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서는 비슷한 행동이라도 누가 했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인물의 발언은 자극적인 문장만 따로 떼어 비판하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다른 인물이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여러 사정을 들어 책임을 가볍게 다루는 듯한 보도를 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사람들은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가 아닌, 언론이 "선택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편향된 보도가 대중들의 태도와 맞물릴 때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에는 쉽게 동의하면서 반대되는 정보는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자신이 좋게 평가하는 인물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보도의 공정성을 의심하면서도, 반대의 경우에는 별다른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론이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사실을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편향된 해석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현직 기자라는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어떻게 믿게 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데, 이러한 질문은 역사적 인물들의 명언뿐 아니라 현재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주장이나 오류를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전달하는 정보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인의 주장에서 허점을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언론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나 역시 평소 일부 언론사의 보도가 편향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 생각에 맞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얼마나 꼼꼼하게 사실을 확인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언론의 편향을 비판하면서 나 자신은 원하는 정보만을 골라 믿고 있었다면, 결국 책에서 지적한 문제를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검증하고 전달할 책임이 있고, 독자 역시 자신이 접하는 정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잘못된 정보의 문제를 주로 그것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요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진실을 판단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이미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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