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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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인간' 을 읽고
최설민 지음
서른 살 가을이 되니 내 나이 비슷한 또래들의 결혼 소식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연말까지 남은 휴일 대부분을 나와 인연이 닿았던 모두의 새출발을 축하하기 위한 시간으로 쓰게 될 것 같다. 청첩장 모임(청모)에 가면 예비 배우자와의 첫 만남부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까지의 사연을 들으면서 못 본 사이에 있었던 밀린 이야기들을 함께 쏟아내다 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또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던 어느 날, 문득 타인의 존재로 인해 얻게 되는 행복이 진정한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첫 기억 이전부터 존재했던 부모님과 피를 나눈 형제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사랑의 이유를 찾거나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가정을 일구기 위한 배우자의 후보로서 전혀 낯선 사람을 의심 없이 수용하고 기꺼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히 인생을 건 도박에 가까울 수 있다. 물론 이상과 상이한 부분은 대립하고 조율하고 서로 배려하는 과정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여 결국 어제보다 나은 나로 발전하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파트너로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결혼을 비관하거나 배우자의 필요성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좋은 사람과의 결혼은 단언컨대 좋다. 다만 그것보다 좀 더 앞서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과연 타인을 통해 온전히 충족이 되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타인을 통해 나의 결핍을 채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인연이 끝나고 떠나버리는 순간 다시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허무하게 텅 비어 버릴 것이다. 고독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내 안에 있는 부족함은 홀로 이겨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고로 나 자신이 먼저 스스로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대가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고,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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