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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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바꾸는가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를 읽고
인간은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책임을 묻고 때로는 벌을 내린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과 그 잘못을 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간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스스로를 바꾸고 싶어 하면서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장 발장은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빵을 훔쳤고, 여러 차례의 탈옥 시도로 형기가 늘어나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러나 오랜 수감 생활은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못했다. 출소 이후에도 사람들은 그를 죄인으로 바라보았고, 장 발장은 자신을 배척하는 세상에 분노하며 타인을 불신하게 되었다. 그에게 세상은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는 곳이었을 뿐, 다른 인간으로 살아갈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 장 발장을 받아들인 사람이 미리엘 주교였다. 주교는 갈 곳 없는 그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지만, 장 발장은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 경찰에게 붙잡혀 돌아온 장 발장을 주교는 고발하는 대신 은식기를 선물한 것이라고 말하며 은촛대까지 건네주었다. 그는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다시 받아들임으로써, 잘못을 저지른 인간에게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흔히 용서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충분히 반성해야 비로소 용서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주교는 장 발장이 변화했기 때문에 용서한 것이 아니라, 아직 변화하지 못한 그에게 먼저 사랑을 베풀었다. 상대가 선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완전함을 알면서도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어떤 보상이나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가까웠다. 세상이 장 발장을 그의 과거로 판단했다면, 주교는 그가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바라보았다. 장 발장은 자신을 믿을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서 믿음을 받았고, 자신을 벌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용서를 받았다.
주교의 자비는 장 발장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그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며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코제트를 자신의 딸처럼 길렀으며, 무고한 사람이 자신을 대신해 처벌받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또한 코제트가 사랑하는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오랫동안 자신을 추적했던 자베르에게도 자비를 베풀었다. 과거의 장 발장이 세상에서 받은 고통을 분노로 되돌려주었다면, 변화한 장 발장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었다. 그의 선함은 더 이상 외부의 규칙을 따르는 데서 비롯되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앞세우는 선택에서 드러났다.
특히 장 발장이 자베르를 살려주는 장면은 미리엘 주교의 사랑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주교가 자신을 배신한 장 발장을 용서했듯, 장 발장 역시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자베르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자비는 자신에게 선의를 베푼 사람에게만 되돌려주는 보상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타인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것이었다. 주교에게서 시작된 사랑은 장 발장의 삶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는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의 구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장 발장의 과거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는 더 이상 과거의 분노와 불신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았다. 주교의 용서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면, 그 사랑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한 것은 장 발장 자신이었다. 그의 구원은 단순히 죄를 용서받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베풀어진 자비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미리엘 주교는 장 발장이 변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를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결과를 알 수 없었음에도 한 인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랑과 용서가 지닌 깊은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잘못을 부정하거나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한 사람의 남은 삶 전체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을 변화시키는 가장 깊은 힘은 이미 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아직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먼저 베풀어지는 사랑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용서받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바꾸고 다시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비로소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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