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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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것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인간은 오랫동안 자신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
처음에는 손을 대신하는 도구였고, 다음에는 힘을 대신하는 기계였다.
이후에는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컴퓨터가 등장했고,
이제는 생각하고, 글을 쓰고, 하다못해 사진을 그릴 수 있는 인공지능까지 탄생했다.
앞으로도 인간은 자신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태양은 길가에 죽은 듯 쓰러져 있던 개와 거지 아저씨에게 은총을 내려 다시 일으켜 세우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빛을 비춘다.
작품 속 인공지능 클라라가 관찰하고 배우며, 이해한 세상의 모습이다.
클라라는 태양을 믿는다.
태양의 빛이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조시라는 소녀에게도 그 은총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믿음은 인간의 눈으로 보면 멍청하게 순진하고 비합리적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불확실한 희망에 기대는 모습은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특별함을 이성과 감정에서 찾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더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 특별함은 어디에 남을까.
어쩌면 인간다움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을 닮은 존재가 언젠가 인간의 자리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조시의 걸음걸이를 그대로 따라 해 볼 수 있겠어? 해줄 수 있겠니? 지금?
우리 딸이 걷는 것처럼?
- 작품 中 -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서, 조시의 어머니는 클라라에게 딸의 걸음걸이를 따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이 장면이 마냥 애틋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하던 기계가 이제는 생각과 감정까지 닮아 가고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표정, 사소한 몸짓은 물론 그 사람의 기억과 성격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클라라가 태양의 빛에서 생명의 온기를 찾았듯, 우리 역시 인공의 빛에서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인간과 인간을 닮은 존재 사이에는 무엇이 남을까.
어쩌면 인간다움이란 인간만이 지닌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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